(시간제 근로자) 3. 만약에~~ 로 시작되는 질문들

유급을 무급으로 시키고 싶은 사람들

by 푸른 잎사귀

면접을 보고 왔다.

10가지 정도의 질문을 받았다.

난이도 있는 질문에 AI가 된 듯 막힘없이 답변을 잘하는 내가 정말 기특했다.

정말 성심껏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했다.

그만큼 붙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접을 보면 볼수록 그들의 이기심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불쾌한 감정이었다.

어이없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차라리 떨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겉으로는 미소를 머금었지만 이미 속마음은 정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 감정들을 꼭꼭 숨기고는 부당한 질문 속에서도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대답을 늘어놓았다.


복지기관에서 일할 때마다 늘 맴도는 질문이 하나 있다.

복지를 한다는 곳에서 근무하는데 왜 복지사들의 복지는 무시당하는 걸까?

시간제를 쓰면서 시간 외의 근무를 무급으로 해주길 바라는 이런 불합리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T, T

이들은 그걸 왜 당연하게 말하며 부탁이 아닌 당당히 요구하는 걸까?

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만약에~~

만약에~~

로 시작되는 이들의 질문~~


박차고 나오지 않은 건

나 또한 만약을 생각해서였을까.


거짓된 맘으로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고

면접을 보고 나오니 맘이 너무 불편하고 불쾌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도 무거운데

내 무거운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먹구름 속에서 묵직한 빗줄기들이 쏟아져 내린다.



‘디릭~!’


3시 30분에 문자 알림이 울린다.

문자를 열지 않고 핸드폰 화면에 떠있는 내용을 확인해 본다.


[4월 3일 수요일


안녕하세요.

00시 00 센터입니다.


귀한 시간을 내셔서 00 교사 면접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000 지원자님께 합격소식을 전해드리며 4월 8일부터 출근하시면 좋겠습니다.

가능하실까요?] 3:30


아~나의 불안이 맞아떨어졌다.

나 말고 다른 분이 되었으면 싶었는데~

이런 곳은 희한하게도 합격이 된다.


이미 마음은 정해졌지만

조금 간격을 두고 답문을 한다.


[죄송합니다~

개인사정으로 출근이 힘들 것 같습니다.] 3:39


정말 오랜만의 합격문자였는데 거절을 했다.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또다시 문자 알림이 울린다.


[출근이 너무 빠른 건지요?] 3:40


거절했는데 문자를 주고받는 상황이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출근이 너무 빠르냐고 묻는 질문에 뭐라고 하는 게 좋을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아닙니다.

제가 다른 곳에도 면접을 보았는데요~

오늘 합격소식을 듣게 되어

그곳으로 출근한다고 했거든요~

죄송합니다.] 3:52


또 문자 알림음이 울린다.

와~진짜 사람 질리게 한다고 생각하며 문자를 읽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그러시군요

너무 아쉽네요

선생님은 어느 곳에서든

지금처럼 빛이 나실 겁니다.] 3:53


‘빛이 난다’는 표현에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무척 아까웠기 때문일 거다.

오늘 면접을 본 곳은 2주 전에도 한 번 나왔던 곳인데 3시 30분~8시까지라는 시간 때문에 망설이다가 지원을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런데 2주 후에 다시 재공고가 올라왔기에 누군가 뽑혔다가 안 한다고 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싶어서 어디든 지원하자는 생각으로 원서를 넣었던 곳이었다.


면접을 볼수록 왜 다시 재공고가 올라왔는지 알 수 있었고, 면접을 보며 부당함을 느낀 내가 이들의 부당한 요구를 어느 정도는 다 해준다고 말했으니 그야말로 잡은 고치 놓친 격으로 아까웠기 때문 일거다.


마지막 답문을 써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다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찌 되었든 나에게 덕담을 해준 것이니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생각에 답문을 보낸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3:53


여기서 끝인 줄 알았는데 문자가 또 온다.


[좋으신 분이라 다른 곳에서도 합격하신 거죠] 3:55


헐~~

지금 뭐 하자는 건지 참!!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며 거절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만약에~~~ 가 아닌~~~.




강정규 님의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 중

좋아하는 구절을 인용해 본다.


“천천히 가그라, 꼴찌두 괜찮여. 서둘다 자빠지면 너만 다쳐. 암만 늦게 가두 네 몫은 거기 있능겨. 앞서 간 애들이 다 골라 간 것 같어두, 남은 네 몫이 의외루 실속 있을 수 있능겨. 잉규야.”






취업준비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될까 싶어 남겨봅니다


면접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면접관 : 2명(40대 후반 50대 후반 정도)

면접시간 : 20분 정도 소요

면접내용 :

1.00 센터가 뭐 하는 곳인지 알고 있는가?

2. 보호자들이 퇴근시간 보다 늦게 오면 몇 시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가?

3. 늦어지면 보호자께 전화를 할 것인가?

(그렇다고 했더니~ 이럴 경우는 직접 연락 말고 센터장한테 연락하라고 함.)

4. 센터장이랑 생활복지사가 바쁠 때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와 줄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일찍 나올 수 있는가?

5. 센터장이 일이 바빠서 장을 보러 가거나 할 때 부르면 나와서 같이 장을 봐줄 수 있느냐?

6. 성격의 장단점

7. 관계가 나빠진 근무자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8. 퇴근이 8시인데 서둘러 가야 하는 상황인가?

9. 퇴근 후 자녀케어를 해야 해서 급히 가야 되는 상황인가?

10.00 시청 옆에 있고 건물이 오픈형이라 불이 8시까진 항상 켜 있어야 된다.

(일찍 끝나도 갈 수는 없다는 뜻)

11. 센터이용자에게 어떤 교육을 하고 싶으신지?

12. 전에 다니던 직장은 왜 그만두었는지?

13. 공무원 공부를 또 하실 건지?

14. 우리는 자기 일처럼 해줄 선생님이 필요하다.

15. 마지막으로 교육관을 말씀해 주세요.


4번 질문에

30분 정도라고 답을 하니

전에 있던 선생님은 센터가 바쁜 걸 알고 한 시간을 일찍 나왔더라.

그때 감동을 받아서 그 선생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싹 사라지고 너무 예뻐 보였다.



대화 중 더 많았던 거 같은데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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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종합지원센

3:30~8시(휴게시간 30분 포함)

1,235,100(사대보험포함)

27명 정도 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