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 시장구경
는 영철이와 앉았다. 나는 여자끼리 앉는지 알았는데.......
어제 일기의 끝 부분을 맞추신 작가님께서는
야호~~ 하고 기뻐하실 장면이 스쳐갑니다.
여자짝꿍이기를 바라던 열 살의 바람은 물 건너갔네요. ㅎㅎ
1982년 11월 4일 목요일 날씨 : 맑음
어제의 일이다. 나는 동생과 싸웠다. 동생과 싸우는 것은 나쁜 건지 알아도 내가 숙제를 하고 있는데, 혜주와 혜미가 내 공책을 찢었다. 나는 화가 나서 싸운 것이다. 혜주와 나는 사이가 나빠졌다. 그러다가 내가 혜주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혜주도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싸움이 일어난 원인과 결과가
논리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어서
깜짝 놀라며 읽었답니다. ㅎㅎ
이 당시는 논술교육도 없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잘 쓰다니요.
동생이 잘못했지만
싸움은 안 좋은 거라 배운 열 살은
화해까지 하네요.
참 훈훈합니다~
열 살을 폭풍 칭찬합니다.!
1982년 11월 5일 금요일 날씨 : 맑음
엄마와 함께 시장구경을 갔다. 시장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있다. 나는 예쁜 인형을 살라고 엄마한테 말하려고 했지만 말이 안 나왔다. 나는 자꾸, 엄마 말뿐이 할 수가 없었다. 시장 구경을 다하고 집에 왔을 적에 나는 엄마한테 말하니까 사준됐..............................(다음에 계속)
저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였어요.
말없고 조용한 아이여서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저에게 "혜원이는 선생님께 할 말이 없니?"라고 얘기할 정도였죠.
저는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는 그런 아이였답니다.
아파도 아프단 말도 안 했고요.
낮에 놀아야 할 아이가 조용히 자고 있으면
엄마는 제가 아프다는 걸 아셨데요.
그러니
싫어도 싫다는 말도 잘 못했을 거 같고
좋아도 좋다고 못했던 것 같아요.
왜 말을 못 하는 아이로 자랐는지
자신감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저는 그렇게 자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일기를 읽으며
갖고 싶어도 갖고 싶다는 말을 못 했던 건 열 살 나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내가 인형이 꼭 필요한가. 아빠가 힘들게 벌어오는 돈을 내가 함부로 써도 되는가 등등이요.
그래서 망설이며
엄마~~라는 말 밖에 못했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엄마는
첫째가 안쓰러우셨는지 사주신다고 하셨죠.
그다음엔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지 궁금합니다.
참!
지금은 열 살 때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자신감 없어서 못했던 말과 행동들 거의 하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