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 30일

캔터키치킨 / 미술시간 준비물

by 푸른 잎사귀

천호회관에 갔다. 거기서 밥을 먹고 떡도 먹었다. 엄마는 떡과 고기를 손수건에다 쌌다. 혜미를 갖다 줄려고 싼 것이다. 집에 와보니 혜미는 울고 있었다. 엄마는 혜미를 안아주셨다.




제가 어릴 적 예식장은 말 그대로 예식만 하고

피로연이랑 식사는 다른 곳에서 했었나 봅니다.

은하예식장에서는 결혼

천호회관에서는 밥


맛있게 먹고 있는데

엄마는 손수건을 꺼내서

떡과 고기를 싸셨죠.


어른이 된 지금 엄마의 행동을 보며

아~~~ 울 엄마도 참~~! 싶었는데요.


엄마의 그런 행동이

집에서 울고 있을 막내 때문이라는 것을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맘이 불편했고

막내에게 뭐라도 갖다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오니 아니나 다를까

울고 있는 혜미


엄마는 혜미를 안아주셨다.....


이 문장을 읽는데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 안 되는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답니다.





11월 29일 월요일 (비)


오늘 집 와보니 아빠가 사과와 캔터키치킨을 사가지고 오셨다. 맛이 있었다. 아빠는 혜주가 안 온다고 아직 안 먹었다. 혜주가 왔다. 나는 혜주한테 아빠가 캔더치킨을 사가지고 오셨다고 말하였다. 나와 혜주는 손을 씻고 먹었다. 참 맛이 있었다. 나는 5개를 먹었고 혜주는 4개 혜미는 3개를 먹었다. 23개가 남았다. 그건 삼촌이 오늘 오니까 삼촌을 준댔다.




캔터키치킨이라......

열 살 때 치킨을 먹은 기억이 없었는데

일기를 보니 먹었었네요? ㅎㅎ

어떤 모양의 치킨이길래 맛있게 먹고도 23개나 남았을까요? ㅎ


저는 일기를 읽으며

아버지께서 혜주가 아직 안 왔다고

먼저 드시지 않고 기다리셨다는 부분에서

뭔지 모를 찡~~~ 한 것이 울컥 올라오더라고요.


어제 엄마는 혜미를 위해 음식을 손수건에 싸시고

오늘 아빠는 혜주를 위해 치킨을 드시지 않고 기다리시고~~


아~~ 엄마, 아빠의 사랑이 정말 방울방울 넘쳐납니다.

저희 세 자매 어릴 때 부모님 사랑 많이 받고 컸구나 싶어 집니다.


자꾸 고추냉이 먹은 것처럼 코 끝이 찡~~~~@.@


그러고 보니

어릴 적 캔터키치킨 말고

스무 살 무렵에 자주 갔던

KFC치킨 안 먹은 지도 오래되었네요.

저는 치킨도 좋아했지만

거기서 파는 갓 구운 스콘에 딸기잼 발라먹는 것을 좋아했었죠.


친구들과 잠실에서 만나게 되면

롯데월드 건물 옆쪽으로 신천역 가기 전에

넓은 야외가 있는 KFC 매장이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먹었던 스콘과 딸기잼과 커피가 생각나는 저녁입니다.


아~~ 먹고 싶다~그 시절의 맛~!




11월 30일 화요일 날씨 : 맑음


오늘 미술시간에 내 뒤에 있는 남자애는 준비물을 안 가지고 와 가지고 나는.................................(다음에 계속)




제가 미술에 점점 흥미를 잃게 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없는 살림에 미술 활동에 필요한 준비물을 매번 사서 가져가야 하는 부담 때문이었답니다.


비싸고 좋은 준비물을 가져온 아이들은 결과물이 좋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결과물이 예쁘지 않았어요.

그 결과물에 따라 교실 뒤 게시판에 걸리는 것도

잘하는 아이들 것이 많이 걸렸었죠.

그때부터 아닐까 싶어요.

비교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요.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붓글씨 쓰는 시간에

싼 붓으로 글씨를 쓰려다 보니

붓에 박힌 털이 자꾸만 빠져나오고

그렇지 않아도 번지는 글씨가 더 번지고

획도 예쁘게 그어지지 않았어요. ㅜ


신문지에 글씨를 연습하고

화선지에 작품을 쓰는데 ㅎ

화선지도 아끼느라......(흐엉)


그땐 왜 그리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았을까요?


국군의 날 군인아저씨들께 편지를 쓰는 건 좋았는데

위문품도 가져가야 했지요.

아이들에게 치약, 칫솔, 휴지, 쌀......(엄청 다양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하다못해

한 달에 한 번인지

매주 월요일마다인지

폐품을 가져오라 하였는데요.

신문이 집에 있지도 않은데 종이를 가져가야 하니

매번 맘고생했던 생각이 납니다.

안 가져가면 번호 적고.... 혼나고....

철이란 철은 숟가락, 젓가락, 교회종까지 다 가져갔던 그때처럼

이때는 왜 이랬을까요? ㅜ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커다란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에

폐품봉지에

도시락에

미술준비물에

아~~~ 그 당시 아이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정말!!(토닥토닥)



참~!

내 뒤에 남학생이 준비물을 안 가져왔는데

나는 어떻게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