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키치킨 / 미술시간 준비물
천호회관에 갔다. 거기서 밥을 먹고 떡도 먹었다. 엄마는 떡과 고기를 손수건에다 쌌다. 혜미를 갖다 줄려고 싼 것이다. 집에 와보니 혜미는 울고 있었다. 엄마는 혜미를 안아주셨다.
제가 어릴 적 예식장은 말 그대로 예식만 하고
피로연이랑 식사는 다른 곳에서 했었나 봅니다.
은하예식장에서는 결혼
천호회관에서는 밥
맛있게 먹고 있는데
엄마는 손수건을 꺼내서
떡과 고기를 싸셨죠.
어른이 된 지금 엄마의 행동을 보며
아~~~ 울 엄마도 참~~! 싶었는데요.
엄마의 그런 행동이
집에서 울고 있을 막내 때문이라는 것을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맘이 불편했고
막내에게 뭐라도 갖다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오니 아니나 다를까
울고 있는 혜미
엄마는 혜미를 안아주셨다.....
이 문장을 읽는데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 안 되는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답니다.
11월 29일 월요일 (비)
오늘 집 와보니 아빠가 사과와 캔터키치킨을 사가지고 오셨다. 맛이 있었다. 아빠는 혜주가 안 온다고 아직 안 먹었다. 혜주가 왔다. 나는 혜주한테 아빠가 캔더치킨을 사가지고 오셨다고 말하였다. 나와 혜주는 손을 씻고 먹었다. 참 맛이 있었다. 나는 5개를 먹었고 혜주는 4개 혜미는 3개를 먹었다. 23개가 남았다. 그건 삼촌이 오늘 오니까 삼촌을 준댔다.
캔터키치킨이라......
열 살 때 치킨을 먹은 기억이 없었는데
일기를 보니 먹었었네요? ㅎㅎ
어떤 모양의 치킨이길래 맛있게 먹고도 23개나 남았을까요? ㅎ
저는 일기를 읽으며
아버지께서 혜주가 아직 안 왔다고
먼저 드시지 않고 기다리셨다는 부분에서
뭔지 모를 찡~~~ 한 것이 울컥 올라오더라고요.
어제 엄마는 혜미를 위해 음식을 손수건에 싸시고
오늘 아빠는 혜주를 위해 치킨을 드시지 않고 기다리시고~~
아~~ 엄마, 아빠의 사랑이 정말 방울방울 넘쳐납니다.
저희 세 자매 어릴 때 부모님 사랑 많이 받고 컸구나 싶어 집니다.
자꾸 고추냉이 먹은 것처럼 코 끝이 찡~~~~@.@
그러고 보니
어릴 적 캔터키치킨 말고
스무 살 무렵에 자주 갔던
KFC치킨 안 먹은 지도 오래되었네요.
저는 치킨도 좋아했지만
거기서 파는 갓 구운 스콘에 딸기잼 발라먹는 것을 좋아했었죠.
친구들과 잠실에서 만나게 되면
롯데월드 건물 옆쪽으로 신천역 가기 전에
넓은 야외가 있는 KFC 매장이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먹었던 스콘과 딸기잼과 커피가 생각나는 저녁입니다.
아~~ 먹고 싶다~그 시절의 맛~!
11월 30일 화요일 날씨 : 맑음
오늘 미술시간에 내 뒤에 있는 남자애는 준비물을 안 가지고 와 가지고 나는.................................(다음에 계속)
제가 미술에 점점 흥미를 잃게 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없는 살림에 미술 활동에 필요한 준비물을 매번 사서 가져가야 하는 부담 때문이었답니다.
비싸고 좋은 준비물을 가져온 아이들은 결과물이 좋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결과물이 예쁘지 않았어요.
그 결과물에 따라 교실 뒤 게시판에 걸리는 것도
잘하는 아이들 것이 많이 걸렸었죠.
그때부터 아닐까 싶어요.
비교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요.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붓글씨 쓰는 시간에
싼 붓으로 글씨를 쓰려다 보니
붓에 박힌 털이 자꾸만 빠져나오고
그렇지 않아도 번지는 글씨가 더 번지고
획도 예쁘게 그어지지 않았어요. ㅜ
신문지에 글씨를 연습하고
화선지에 작품을 쓰는데 ㅎ
화선지도 아끼느라......(흐엉)
그땐 왜 그리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았을까요?
국군의 날 군인아저씨들께 편지를 쓰는 건 좋았는데
위문품도 가져가야 했지요.
아이들에게 치약, 칫솔, 휴지, 쌀......(엄청 다양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하다못해
한 달에 한 번인지
매주 월요일마다인지
폐품을 가져오라 하였는데요.
신문이 집에 있지도 않은데 종이를 가져가야 하니
매번 맘고생했던 생각이 납니다.
안 가져가면 번호 적고.... 혼나고....
철이란 철은 숟가락, 젓가락, 교회종까지 다 가져갔던 그때처럼
이때는 왜 이랬을까요? ㅜ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커다란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에
폐품봉지에
도시락에
미술준비물에
아~~~ 그 당시 아이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정말!!(토닥토닥)
참~!
내 뒤에 남학생이 준비물을 안 가져왔는데
나는 어떻게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