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이 시작되던 날, 나는 열한 살이 되었다

1월 1일 ~ 1월 2일

by 푸른 잎사귀

12월 31일의 문장은

공책을 넘겨서야 완성된다.

"사"에서 끊긴 말은

다음 페이지의 "오셨다."로 이어지고,

스카이콩콩을 탄 이야기는

그렇게 1983년의 첫 장에 남았다.



(열 살의 내가 쓴 일기)


오셨다.

나는 멘처음에 탔을 주게 대게 잘탔다.

정말 땀이 났다.

아빠께서는

운동우로 하면 아주 좋댔다.

나는

열심히 열심히

스카이콩콩을 탔다.




1983년 1월 1일 토요일 /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새해다.

기다렸던 1월 1일 새에

우리는 아빠와 같이 고속버스를 타고

청주 큰집에 왔다.

세베를 하여서

세배돈도 받았다.

우리는 한복을 입었다.

한복은 참 불편했다.

그러나

큰집 언니 오빠와 노는 건

참으로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기다렸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새해보다,

고속버스보다,

세배돈보다.

불편한 한복을 입고도

즐거웠다고 쓴 걸 보면

열한 살의 새해는

이미 충분히 좋았던 모양이다.



1983년 1월 2일 일요일 /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아침에 일어나

스카이콩콩을 가지고 운동을 하였다.

아이들이 다 보았다.

나는 챙피해서 안 탈라고 그래도

혜주가 언니하고 말을 자꾸만 해서

할 수 없이 탔다.

참 조심해서 타야지 대겠다.

나는 중심을 잡느라고

스카이콩콩을 시끄럽게

쾅쾅 소리를 내면서 하였다.

너무 중심을 잡느라고

숫자 새는 것도 이저버려서

나는 꼴지가 되었다.



열한 살의 나는

잘 타다가도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못 탈 것 같아지고,

그래도 결국은

할 수 없이 탄다.

중심을 잡느라

숫자를 세는 것도 잊고,

꼴찌가 되었다고

꼭 적어 둔다.


열한 살에게 중요한 건

1등이 아니었고,

잘 탔느냐도 아니었고,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가끔

사람들 앞에서

괜히 중심을 더 잡느라

쾅쾅 소리를 내며 살아간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꼴찌가 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것이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열한 살에 쓴

그날의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