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 ~ 1월 10일
1월 8일 툐요일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혜주는 해전놀기만 하였다.
나는 공부를 하였다.
엄마께서는 먹으면서 하라고 사과를 같다 주신다.
우리는 고맙습니다 하고 1나 둘씩 집어 먹는다.
그런대 혜미는 접시채 다 가지고 가서 막 먹었다.
나는 때리고 싶었지만 내 동생이래서 못 때렸다.
해전놀기가 뭘까.
혜주는 해전놀기를 하고
나는 공부를 했다.
엄마는 먹으면서 하라며 사과를 가져다주셨고
우리는 고맙습니다, 하고 하나씩 집어 먹었다.
혜미는 접시째 들고 가
사과를 막 먹었다.
열한 살이었던 나는
때리고 싶었지만
동생이라서 그러지 못했다.
엄마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을까.
혜미는 왜 그렇게 욕심을 냈을까.
그날의 나는 화가 났고
지금의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들여다본다.
1월 9일 일요일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저녁에 아빠께서 돼지저금통을 사 오셨다.
돼지는 3개다.
우리는 삼형제고 돼지도 삼 형제였다.
올해는 돼지뛰다.
그래서 나는 돼지저금통에다 저금을 하였다.
돼지는 조금해서 귀여웠다.
2026년은 병오년, 붉은말의 해다.
그리고 1983년은 돼지의 해였다.
아빠는 돼지저금통을 사 오셨다.
돼지는 세 개,
우리도 삼 형제였다.
지금 떠올리면
그때의 아빠는 참 다정하다.
그땐 어른이었지만
지금의 내가 보기엔
초등학생 딸 셋을 둔
아주 젊은 아빠였다.
처음 아빠가 되어
고되고 서툴렀을 그 시절,
아이들과 같은 자리에 서기 위해
돼지의 해에 돼지저금통을 사 들고 왔을
그 마음이
지금 와서야 선명해진다.
그래서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그나저나
붉은말의 해에는
어떤 선물들이 아이들 손에 쥐어질까.
1월 10일 월요일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밀가루 반죽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사과 딸기 여러 가지를 만들었다.
만두도 만들고 목거리와 반지도 만들었다.
그리고 솝꼽장도 만들었다.
참 재미있고 즐거웠었다.
오늘은 참 즐거운 하루이다.
찰흙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이었다.
겨울방학이 길어
심심해하던 딸들을 위해
엄마는 반죽을 만들어 주셨을 것이다.
실처럼 늘인 반죽으로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만들고
그것들을 다시 모아
사과도 만들고
딸기도 만들고
만두도 빚었을 것이다.
목걸이와 반지를 만들어
목에 걸어 보고
손에도 끼워 보고
소꿉놀이로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그 밀가루 반죽 한 번으로
그날 엄마는
세 딸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열배로 선물해준 것이다.
다음은
내가 실제로 쓴
그날의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