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 1월 23일
1월 21일 금요일 날씨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혜미가 오늘 와서 혜미와 같이 고무줄을 하였다.
혜미는 아주 잘해서 우리가 박수를 쳐주니까 혜미가 조아하였다.
나는 혜미가 귀여워서 사탕하나를 사주었다.
혜미는 다 먹고 또 사달랬다.
혜미가 미웠다.
나는 혜미를 때리고 싶어도 혜미가 울까 봐 안 때렸다.
18일에 쓴 일기에는
엄마와 시골에 간 막내가 없어서 섭섭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시골에서 돌아온 막내와 함께한 하루의 기록은
전혀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같이 고무줄을 하고, 박수를 쳐주고,
귀여워서 사탕까지 사주었다고 쓰여 있다.
그러다 마지막에 덧붙여진 문장.
“혜미가 미웠다.”
또 사탕을 사 달라고 조르는 모습이 얄미웠고,
때리고 싶었지만 울까 봐 참았다고 했다.
안 보이면 보고 싶고,
곁에 있으면 부딪히는 사이.
그 마음의 진폭이 이렇게 솔직하게 남아 있다니,
열한 살의 마음은 참 바쁘다.
또다시 느낀다.
현실은 언제나 현실이구나.
그래서 더 사랑스럽고, 그래서 더 복잡하다.
막내를 향한 열한 살의 마음은
가까워질수록 부딪치는 자석을 닮았다.
1월 22일 토요일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혜주 혜미랑 공작놀이를 하였다.
나는 공을 만들고 혜주는 비행기 혜미는 지갑 여러 가지 만들었다.
방이 지저분하였다.
청소를 아주 깨끗하게 하였다.
엄마께서 니내가 왠일로 청소를 다했냐고 말씀하셨다.
혜주, 혜미와 공작놀이를 하고
방이 지저분해져서 깨끗이 청소를 했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엄마의 한마디.
“너네가 웬일로 청소를 다 했냐?”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괜히 내가 섭섭해진다.
일기를 찬찬히 읽어보면
청소를 했다는 기록이 꽤 여러 번 나오는데 말이다.
방학 동안 아이들이 집에 오래 머무르다 보니
집은 더 자주 어질러졌을 테고,
그래서 그동안은 잘 안 한 것처럼 보였나 보다.
방학이 되면
부모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빨리 개학했으면 좋겠다”라고.
그 시절의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1월 23일 일요일 날씨 : 흐림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나 혼자 고무줄을 하였다.
그때 혜미가 같이 하젰다.
혜미가 하니까 혜주가 한됐다.
세 자매가 다 고무줄을 하였다.
그러나 나는 고무줄을 안 하고 들어가서 공부를 하였다.
피리연습을 만이 하였다.
23일 일기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나 혼자 고무줄을 하였다.”
그 한 줄을 읽고 잠시 멈췄다.
전봇대에 고무줄을 매고 했던 걸까.
아니면 문고리에 걸어두고 뛰었을까.
혼자서 고무줄을 하던 열한 살의 모습이
괜히 마음에 남는다.
요즘 일기에는 고무줄놀이 때 혜미가 자주 등장한다.
이제 네 살이 된 혜미는
제법 고무줄을 뛰어넘을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세 자매가 함께 고무줄을 하다가
금방 싫증이 난 열한 살은
집으로 들어가 공부를 하고
피리 연습을 했다고 적어 두었다.
어떤 곡을 불었을까.
그날의 피리 소리는 어땠을까.
일기는 늘 짧지만
그 안에는 이렇게 많은 마음이 숨어 있다.
읽을수록,
아이의 하루보다
아이의 마음이 더 또렷해진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열한 살에 쓴
그날의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