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 올 거라 믿던 열한 살

1월 29 ~ 1월 31일

by 푸른 잎사귀

1월 29일 토요일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엄마가 과자를 사와서 과자 따먹기를 하였다.

내가 일등으로 따먹기를 하였다.

혜주 2등 혜미 꼴지 나는 유치원에서 받은 트록비를 손에 들고 1등이라고 외쳤다.

혜주와 혜미는 네 모습이 이상해서 웃었다.

우리는 꼭 복이 올거다.



과자 따먹기 놀이를 했다.

일등을 한 나는 유치원 때 받았던 트로피를 찾아 손에 들고

“내가 1등이야” 하고 외쳤다.

혜주와 혜미는 그 모습이 우스운지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던 걸까.

나는 일기 끝에 이렇게 적어 두었다.


우리는 꼭 복이 올 거다.


열한 살이 생각한 복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복과도 같은 걸까.





1월 30일 일요일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소공녀를 재방송 보았다. 정말 새라는 가여웠다.

나는 텔레비젼에서 시끄러운게 있으면 꺼버린다.

그리고 슬픈게 나오면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

혜미도 왕눈이에서 왕눈이가 울면 혜미도 슬퍼가지고 운다.



텔레비전에서 시끄러운 장면이 나오면 나는 곧잘 꺼 버린다.

슬픈 장면이 나오면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막내 혜미도 개구리 왕눈이가 울면 함께 운다.

새라의 가여움,

개구리 왕눈이의 울음.

열한 살도,

네 살도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을 느끼고 배우며 자라고 있었다.





1월 31일 날씨 (맑음) 월요일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오늘은 옆집 오빠와 같이 나무 토막으로 성쌓기 놀이를 하였다.

내가 높이 싸았는데 바람이 불어서 넘어졌다.

혜주도 넘어졌다.

바람이 안불었으면 좋겠다........(다음에 계속)



옆집 오빠와 나무토막으로 성 쌓기 놀이를 했다.

누구였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경쟁심이 발동한 열한 살은

더 높이, 더 높이 쌓았다.

그런데 하필 바람이 불었다.

성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인생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다.

이제 좀 올라섰다고 생각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바람이 불어와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


그럴 때 우리는

다시 쌓거나,

아예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바람 때문에 쓰러진 나무 성 앞에서

열한 살의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일기는 거기서 멈춰 있고,

나는 그다음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진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열한 살에 쓴

그날의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