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이기고, 나누던 날

1월 27일 ~ 28일

by 푸른 잎사귀

혜주는 하기 실댔다.

나는 혜주보고 하라고 그랬다.

혜미도 하랬다.

혜주는 할 수 없이 했다.

한참 하니까 내가 하기 실태니까 혜미가 하랬다.

혜주가 나보고 이렇게 말했다. 언니는 네가 안한다고 그렇주게 억지로 하라고 그러더니

내가 혜주 혜미한테 졌구나 하고 할 수 없이 같이 하였다.




인형놀이를 하다가 혜주가 하기 싫다고 했다.

나는 혜주에게 하라고 했고, 막내도 같은 말을 했다.

혜주는 결국 마지못해 인형을 들었다.


한참이 지나 이번에는 내가 하기 싫어졌다.

그때 혜미가 내게 하라고 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혜주가 말했다.


“언니는 내가 하기 싫다고 할 때는

억지로 하라고 하더니.”


그 말 앞에서 나는 더 말하지 못했다.


일기장에

나는 혜주와 혜미에게 졌다고 적었다.


내가 하기 싫다던 동생에게는

하라고 말해 놓고,

정작 내가 하기 싫어졌을 때는

그 말을 지키지 않으려 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날의 패배는

동생에게 한 말 앞에서

내가 나 자신에게 진 순간이었다.


동생의 말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1월 27일 목요일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스카이 콩콩과 줄넘기를 했다.

줄넘기는 89, 혜주는 57, 콩콩은 100, 59 이렇게 해서 오늘을 내가 이겼다.

그전대는 혜주가 이겨는데 오늘은 참 좋았다.

혜주는 나한태 눈을 할키고 쳐다보고 있었다.



스카이 콩콩과 줄넘기를 했다.


줄넘기는

내가 89번, 혜주는 57번.


스카이 콩콩은

내가 100번, 혜주는 59번이었다.


오늘은 분명 내가 이겼다.

그동안은 늘 혜주가 앞섰다.

그래서 오늘의 승리는 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혜주는

내 쪽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긴 쪽의 기쁨과

진 쪽의 마음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지 않는다.


여자아이들의 질투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생각보다 피곤하다.






1월 28일 금요일 날씨 : 맑음


(열한 살의 내가 쓴 일기)


루시를 사와서 먹었다.

4개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2개씩 나누어 먹었다.

혜주가 고맙다고 그랬다.

나는 혜주한테 맛이 없다고 나는 하나를 더 주었다.

혜주는 고맙다고 맛있게 먹었다.



루시를 사 와서 나누어 먹었다.

네 개가 들어 있어

둘씩 나누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혜주는 고맙다고 했다.

나는 입에 맞지 않아

하나를 더 건넸다.


혜주는 다시 고맙다고 말하며

맛있게 먹었다.


같은 것을 먹어도

입맛은 이렇게 다르다.


내게는 별로였던 루시가

동생에게는 분명 맛있는 간식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루시는 어떤 맛이었을까.




아래는

내가 열한 살에 실제로 쓴

그날의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