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시루 속에서

by 푸른 잎사귀


내가 물 한 모금 마실 때
너에게도 물을 준다


목마르지?


하루 사이
또 자라 있다


빛이 없는
그곳에서


너는 잠을 잘까
꿈을 꿀까?


검은 시루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처음 피어나던 콩꽃을 생각하고
꼬투리 안에 있던
작고 단단한 자신을 생각하고


함께 있던
형제들을 생각할까


처음 잎이 피어나던 순간
처음 뿌리가 나오던 순간


껍질을 밀고
세상 밖을 향해
고개를 내밀던 순간을


생겨남과 사라짐 사이에서
너는 문득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