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틀려도 울지 않는 나, 6개 틀려서 우는 너

1982년 4월 2일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4월 2일 (금요일) 날씨 비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방청소를 한 것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10분


오늘은 산수시간이 들은 날이다.

선생님께서 산수문제를 하랬다. 나는 산수검사를 했다. 7개나 틀렸다. 나는 앞으로 산수를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뒤에 있는 여자아이는 나보다 6개 틀렸는데 울었다. 나는 울지 말라고 해도 울었다. 왜 내가 울지 말랬는데 자꾸만 울었다. 궁금했다. 아니면 내가 한 말이 안 들려서 그랬을까? 아니면 들렸는데도 울었을까? 궁금했다. 나하고 친한 친구가 왜 울지 말라고 해도 말을 안 했다. 나하고 혜숙이는 친한 친군데 왜 말을 안 하나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 나는 혜숙이가 말을 할 때까지 울지 말랬다.

잠자는 시각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왜 친구가 울었는지 선생님도 궁금하네.



내 뒤에 있는 애는 혜숙이였구나~^^


7개를 틀려도 울지 않는 나

6개를 틀려서 울고 있는 너


수학 문제가 어려웠나 보다

6~7개를 틀린 걸 보면~


가끔

내 일기장의 내용이 꽉 채워져서 글이 쓰여있는 걸 보면

깜짝 놀라곤 한다.


3학년이 공책 한 바닥을 꽉 채워서 일기를 쓴다는 것은

어른이 A4 한 장 정도의 내용을 일기로 쓰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기를 쓰기 위해

그날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글을 쓰다 지우고 또 쓰고 하는 과정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컴퓨터 작업을 통해

쉽게 지우고 고치고 삭제하는 게 수월하지만

손글씨로 써야 하는 이때는 더 오래 생각하고

한 글자 한 글자 신중을 다해 쓰지 않았나 싶다.


요즘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 장편을 썼던 작가들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내가 말한 소리가 안 들려서 대답을 안 한 건지

듣고도 안 한 건지 궁금했을 열 살의 내가 떠오른다.

친구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나.


말할 때까지 울지 말라고 한 것 같은데

혜숙이는 끝내 말을 안 한 것 같다.


혜숙이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