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신발

1982년 4월 3일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4월 3일 (토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마당 쓴 일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오늘은 엄마께서 봄 신을 사줬다. 참 예뻤다. 나는 봄신발을 신으니까 딱 맞았다. 나는 이 봄 신발을 신고 큰집에 갔다. 큰집에서 밥을 먹고 가랬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엄마 아빠가 밥을 먹고 가랬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었다. 나는 올바른 상태로 먹었더니 큰아버지께서 칭찬을 해주셨다.


잠자는 시각 오후 9시 10분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는

친척들하고의 왕래는 뜸해지다가

지금은 거의 남처럼 지내고 있는 큰집에 어린 시절엔 자주 놀러 갔었다.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큰집도 아이가 셋이라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그냥 보내지 않고 밥을 먹고 가란 걸 보면 형제간의 우애가 상당히 좋았던 건 사실이다. 칠 형제 모두 우애가 참 좋았다. 자주 큰집에 놀러 간 걸 보면. 그러나 그것도 다 아버지 살아생전 얘기다.


변할 것 같지 않던 우애도

존재의 사라짐과 세월의 풍파 속에

퇴색되고 변해갔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나도 세월 따라 변했으니까.

노래가 떠오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도

엄마의 사랑만은 변하지 않았다.

열 살의 나에게 봄신발을 사주었던 나의 어머니.

이제는 내가 엄마의 봄신발을 사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