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놀이

1982년 4월 9일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4월 9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심부름

일어난 시각 오전 : 6시 15분


오늘은 옆집에 사는 정희언니가 내가 숙제를 하고 있는데 고무줄을 하자고 그랬다. 나는 숙제를 다한 다음 한다니까 하기 싫으면 그만두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을 닫고 가버렸다. 정희언니는 참 나쁜 언니다. 키는 나보다 작았다. 나는 숙제를 다한 다음에 정희언니랑 같이 놀려고 가보니까 정희언니가 안보였다. 나는 할 수 없이 동생과 같이 놀았다.


잠자는 시각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고무줄놀이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세명 또는 네 명이서 발에 줄을 감고 삼각형 또는 사각형 모양을 만든 후 노래에 맞춰 줄을 밟으며 박자를 맞추던 고무줄놀이인데 노래가 끝날 때까지 줄에 걸리지 않으면 발목에서 조금씩 줄의 높이가 올라갔던 것 같다.


장난감 기차가 칙칙떠나간다

과자와 설탕을 싣고서

엄마방에 있는 우리 아기에게

갖다 주러 간단다


친구들과 신나게 뛰고 나면

땀이 흐르고 웃음꽃이 피어나곤 했다,


근데

고무줄놀이 할 때 뜻 모르고 부르던 가사가 있는데 철이 들면서 다시 불러보곤 깜짝 놀랐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어릴 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불렀던 노래였는데

전쟁과 연관된 노래를

그것도 시체를 넘고 넘는다는 내용을

아무 뜻 없이 부르고 놀았다는 게 신기하다.

왜 이런 노래를 부르며 놀았을까.

예쁘고 고운 노래가 참 많은데 말이다.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자극적이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노래나 문장들과의 접촉을 줄이고 예쁘고 고운 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