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 묻은 옷 잔소리 안 하는 엄마

1982년 4월 21일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4월 21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동생 본 것

일어난 시각 오전 : 7시


오늘은 미술시간이 들은 날이다. 미술 준비물을 꺼내놓았다. 선생님께서 미술준비물을 꺼내놓으랬다. 우선 먹물붓 가지고 하였다. 내 짝꿍은 내 옷에다 먹물을 묻혔다. 나는 짝꿍한테 먹물을 옷에 묻히면 지어지지 않는다고 하니까 아무 말도 안 했다. 조금 있으니까 선생님께서 먹물을 옷에 묻히면 안 지어진다고 할 때 짝꿍이 미안하다고 그랬다. 나는 학교를 끝마치고 집에 왔다. 나는 엄마한테 옷에 먹물이 묻었다고 하니까 엄마께서 하시는 말씀이 내일 옷을 벗어놓으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참 좋은 엄마와 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오후 :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이때의 일이 기억이 난다.

새로 입고 간 옷에 묻은 먹물

지워지지 않는다는 먹물

친구가 잘못한 건데도

엄마한테 혼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맘을 안고 집에 도착해서

엄마한테 얘기를 했을 때

엄마는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벗어놓으라고만 하신 것이

어린 마음에도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지워지지 않는 먹물을

엄마는 어떻게 지우시려는 걸까 싶어서

엄마가 대단하게 보였고

엄마가 너무나 좋았었다.


근데

내가 말발이 없었나?

짝꿍도 내 말은 무시하고

선생님말씀만 듣고 ㅜ

그래도 사과를 받아냈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