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녹음기

1982년 4월 27일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4월 27일 (화요일) 날씨 흐림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동생

일어난 시각 오전 : 7시 10분


오늘은 우리 옆집에 사는 삼촌이 녹음기에다 녹음을 하였다. 나도 삼촌 방에 들어가서 녹음을 하였다. 우선 삼촌이 먼저 녹음한 것을 틀어보았다. 막내 동생이 삼촌이 녹음을 하고 있는데 막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그 녹음에 혜미 녹음도 있었다. 혜미가 막 약 올리는 것 여러 가지 많았다. 녹음기는 참 재미있다. 우리 집에는 녹음기가 없다. 우리 집에도 녹음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하면 부모님께서 언젠가는

사 주시겠지.


잠자는 시각 오후 : 10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지금은 핸드폰으로도 녹음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 시절에는 녹음기 있는 집이 별로 없었다.


삼성 마이마이라고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하는 카세트 플레이어를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선물로 받았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남녀 주인공이 이어폰 하나씩 귀에 꽂고 음악을 듣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 시절엔

사진기 있는 집도 별로 없었고

필름을 넣어 사진관에 가서 인화해야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운이 나빠서 필름에 빛이 들어가면 공들여 찍은 사진이 다 날아가고 없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 사진도 별로 없고

음성녹음은 하나도 없다.


지금은 아이들의 모든 성장과정을 영상으로 다 담아서 기록을 하고 공유도 한다.


때론 어릴 때의

나의 모습과 목소리가 궁금하다.


그나마

일기장이라도 남아있기에 그때의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 큰 위안이자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