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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숙 Sep 06. 2021

자기 이해, 자기 성찰-'변화'의 서곡

변화의 주체가 되자

긴 시간 동안 상담사로의 당위적이고 적합한 모습을 갖추기 위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필요했다. 

이론적 배경(학위), 임상경험, 자격 취득을 위한 수련_그것들을 얻기 위한 길고 긴 시간들. 그 모든 걸 감내하며 지낸다는 건 어쩌면 고통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부정적으로만 느껴졌던 것은 결코 아니다. 모든 대가를 치르면서 얻어지는 인간적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생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치러야 할 과정일 것이다.   


그 과정 중 하나가 교육 분석이다.  

교육 분석이란 상담사가 상위 전문가(슈퍼바이저, 상담교수)와 내담자로서 만나면서 ‘나 자신을 드러내고 안고 있는 문제를 이해’ 하는 자기 수련 과정을 의미한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친구에게 수다 떨듯 고민거리를 의논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감추고 싶은 부분마저 드러내며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어렵다. 때론 수치심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것마저 걷어내야 한다.. 

교육 분석을 누구에게 받을 것인가를 고민할 때 실제 선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소요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이해한다면 

내담자가 상담센터를 찾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고민하다 찾게 되는지를 감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상담에 참여한다고 해도 상담사 앞에서 거짓 없이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때론 실패할 수 도 있는 어려운 과정이다. 

잠깐만 생각해도 알 수 있지 않는가. 버리고 싶은 작은 습관조차 무의식 문제이든 의식의 문제이든 쉽게 그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했던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은가. 작은 행동(습관)도 이러한데 몇십 년 동안 고착화된 내면의 세계에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변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변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변화를 가져오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담자를 만나다 보면 변화에 대한 의지가 저마다 다름을 볼 수 있다. 

부모 손에 이끌려오거나, 교사의 권유로 상담에 참여하는 청소년은 그 의지가 미비하기 일쑤다. 비자발적 참여가 대부분인 청소년 상담이 어려운 이유다. 스스로 찾아오는 성인이라도 자신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자신은 문제가 없고 배우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회피하는 내담자를 만나기도 한다. 어떤 어려움으로 힘든지,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잘 모른다.   

자기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내담자는 변화를 위한 여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변화는 동기로부터 시작된다. 상담사가 마술사처럼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어떤 물리적 상황이 변해서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상담사는 그저 변화의 욕구가 있는 내담자의 세상으로 함께 들어가 그의 마음을 공감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 변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면 그 긴 여정은 조금씩 단축될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전까지 살았던 방법이 잘못되었고, 다른 삶의 방식을 몰랐던 지금까지의 삶이 자신에게 더 이상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음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변화를 기대하고 상상하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변해야 하는 이유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상담은 그런 시간이다. 이전의 수많은 자기 자신과 접촉하면서 하나의 자신으로 통합되는 과정이 상담이다.  


자기 성찰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살피는 것이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필요한 여정이다. 지금도 난 변화하길 원한다. 내가 안고 있는 개인적 고통이 완전히,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는 한, 나 스스로의 힘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많은 내담자들이 그렇게 자신을 변화시켰다. 

이런 갈망은 충분한 시간과 일련의 과정으로 서서히 변화로 이어진다. 어느덧 변화되고 있는 자신을 느끼면서 '아, 내가 변하고 있구나!'를 알게 된다. 예전보다 덜 다운되고,  타인으로 인해 상처 받는 색깔이 옅어지고 있음을 알게 될 때 자신이 세상에 덜 흔들리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변화인 것이다. 

변화는 쉽지 않다. 그래서 변하고자 도전하는 모습조차 격려받아 마땅하다. 상담사를 찾는 내담자가 얼마나 긴 내면의 터널을 지나 행동하게 되는지 번번이 확인할 수 있다. 찾아온 것만으로 당신은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일러주는 이유다. 

오랫동안 내면에 고착화된 행동 패턴을 바꾸는 심리 변화나 성격구조의 변화는 그래서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왜 변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 자신의 이전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마주해야 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 거부감, 어색함, 익숙하지 않음에 의한 불편감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삶의 행동 패턴이 더 이상 나에게 행복을 주지 않음을 알게 될 때 _   

이전의 삶이 너무 고통스러웠음을, 그런 삶의 방식밖에 몰라서, 살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역기능적인 행동 패턴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걸 알게 되면_

우리는 그 불편감을 넘어 새로운 패턴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시점이 온다.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의 수많은 나로부터 하나로 통합된 나로 변화해 가는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변화는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고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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