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상담이 진행되는 몇 분의 내담자분들이 계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 차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분들은 보통의 내담자분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삶을 오래도록 마주하다 보면, 상담사 역시 그 변화를 기록하는 증인이 된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내담자들은 대개 외부의 문제들을 들고 오신다. 배우자와의 갈등, 자녀의 문제, 혹은 당장 닥쳐온 현실의 고난들을. '이것만 해결되면 내 인생은 편안해질 것'이라고 믿으며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그 길은 사실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긴 여정의 시작을 의미한다.
어느 순간, 타인의 문제를 말하던 입을 멈추고 자신의 삶, 내면을 직면하게 된다. 의존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율'이란 빛을 찾아가는 그 과정, 잔뜩 위축되었던 마음이 조금씩 확장되어 세상과 다시 악수를 나누는 그 과정. 거기에는 분명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장기 상담의 현장에서 상담사는 종종 딜레마와 마주하게 된다. 무너져 내리는 내담자를 보며 한달음에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우고 싶고, 고통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오른다. 그것은 상담사로서의 역전이일 수도,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뜨거운 연민일 수도 있겠다.
그때마다 나는 멈춰야 한다. 나는 상담사니까. 구구절절한 하소연을 다 들어주며 부둥켜안아줄 수 있는 누나가 아니니까, 대신해줄 수 있는 엄마가 아니니까. 내담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적절한 거리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구해내는 것'은 상담사의 몫이 아니라, 내담자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일어서는 과정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쓰러질 듯 비틀거리던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끝에 자신의 두 발로 꼿꼿이 서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볼 때, 상담사로서 큰 기쁨을 느낀다. 오랜 시간 함께 버텨왔던 인고의 시간이 있기에 그 감동은 더욱 진할 수밖에 없다.
함께 나아간다는 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짊어지고 가는 일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며, 생존과 성장을 도모하는 '동행'이다. 난 내담자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서 멀찍이 떨어져 그것은 나의 공로가 아니라 오로지 그들의 몫임을 새기며 매일을 보낸다. 그들과 동행하는 하루가 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빛을 내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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