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계형 상담사의 가장 비효율적인 고백

by 최혜숙

"죽고 싶어요."


그녀가 이 말을 시작으로 상담실 문을 두드린 이후, 10년간 동거한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인한 절망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만큼,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유료 상담이라는 비용적 부담을 느끼며 어느덧 상담의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상담이 필요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더 치열하게 상담에 참여해야 한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었지만, 현실적 문제는 그녀를 쉽게 무너지게 했다.


“당신의 생존이 걱정이 됩니다. 그것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해요.”


이렇게 무료 상담이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그녀의 생존이 걱정되었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제안을 하고 난 뒤, 내 안에서도 복잡한 마음이 일었다.

나는 자칭 '생계형 상담사'다. 센터의 임대료를 걱정하고 회기 수를 계산하며 삶을 꾸려가는 1인 운영자다. 그런 내가 무료 상담을 제안한다는 건 전문가로서 과연 옳은 일인가.


누군가는 상담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내담자가 내게 가질 부채감이나, 상담사로서 유지해야 할 객관적인 거리를 잃을 위험도 나는 알고 있다.

상담 윤리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나의 선택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비전문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그냥 그렇게 돌려보낼 수 없었다. 홀로 지내는 주택에서, 그 외로운 공간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유료 회기가 끝났음에도 자살 위험이 있는 내담자를 등 떠밀 듯 보낼 수 없었던 나의 선택은 과연 오답이었을까.


만약 이것이 전문성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 해도, 상담 윤리의 틀을 벗어난 일이라 해도 나는 어쩔 수 없다.

나에게는 '사람'이 먼저니까. 생명체는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존재니까.

때로는 차가운 이론보다 뜨거운 오지랖이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상담실 문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제발, 자신을 포기하지 말기를.'

이제 다음 상담을 간절히 기다리는 건 나와 그녀 모두일 것이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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