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당신의 허기를 채워줄 골목길 상담소

by 최혜숙




TV 시청한 지가 얼마나 오래전인지 기억도 까마득하다. 예전에 시청했던 TV 프로그램이 존재는 하고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TV가 멀어진 기분이다. 대신에 넷플렉스, 디즈니가 우리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든 탓에 가끔씩이라도 거실 소파 깊은 곳에서 지나간 흑백 영화나, 인기 중인 최신영화를 몰래 훔쳐보듯 나만의 휴식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얼마 전 '흑백요리사'를 흥미롭게 보았고. 지난주엔 '천하제빵'을 보게 되었다. 요리는 내게 늘 멀고 높은 산 같다.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이 먹는 것에 이토록 진심인건, 어쩌면 삶의 다른 결핍을 채우려는 본능적인 갈구는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요리사는 참 멋진 직업이다.


화면 속에는 명장들이 등장한다. 그들 사이에서도 전설로 통하는 셰프들이 있으며 그분들을 보며 감탄하곤 한다. 직업정신이 대단해 보인다. 수십 년, 길게는 60년을 요리 한 분야에만 매진해 온 분들이시니 그분의 직업정신은 경이로움을 넘어 경악스러울 정도다.


그런 쟁쟁한 분들 사이에서 간혹 나의 시선을 붙잡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재야의 명인'같은 분들이다. 내가 보는 그분들은 대체로 수줍은 듯 보이지만,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굳은 소신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아우라가 느껴진다. 그들은 제법 나이가 지긋해 보이며 얼굴에서 자신을 묻어온 세월의 깊이가 서려있다.


노련한 손놀림과 타고난 미각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한 그릇의 음식을 담아내는 모습.

아는 사람만 아름아름 찾아가는 골목길, 그곳에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며 수십 년을 그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맛집의 주인장들이 그들과 겹쳐 보인다.


문득, 내가 60대 후반쯤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나는 그때쯤 재야의 고수, 로컬의 명인이 되어있을까.


현란한 간판을 내건 프랜차이즈 상담센터가 아니라, 작지만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찾아오는 내담자들을 맞이하는 주인이 되고 싶다. 세상과 부딪치며 고된 삶을 꾸려가는 그분들이 찾아왔을 때, 따뜻한 숭늉 한 그릇 내어주듯 그들을 품어줄 수 있는 상담사. 화려한 기술보다 사람 냄새나는 깊은 내공으로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그런 고수말이다. 이것이 내가 꿈꾸는 나의 노년인가 보다. 내 꿈이 너무 야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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