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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첫 가족 비행, 마요르카로 떠나

독일인들의 은퇴 후 살고 싶은 곳 1순위, 마요르카. 어디 보자~

예전에는 허니문으로 동남아나 하와이 정도의 비교적 근거리의 여행지를 많이 선택했었는데, 요즘은 유럽이나 아프리카로도 많이 가는 모양이다. 특히 겨울철에 결혼하는 커플들은 유럽 여행하기에는 비수기철이지만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를 보이는 아프리카 남부나 스페인 등의 따뜻한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분위기다. 슬픈 현실이지만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에게는 신혼여행 정도의 큰 이슈는 돼야 여행 일정을 눈치 덜 보고 그나마 뺄 수 있기에 장시간 비행에 몸은 고될지 몰라도 기억에 남는 의미 있는 신행을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하는 것이다. 암만 그래야지. 하긴 요즘에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서 꼭 허니문을 핑계로 잠깐 다녀올 필요가 조금씩 희석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은 그래도 대부분은 퇴사하지 않는 이상은.. 회사 다니면서 유럽 여행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니까. 프랑스는 대부분 휴가를 2달씩 가고 복지가 좋지 않은 회사는 1달을 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2주만 줘도 고맙겠구먼... 참 한국에서는 금수저 흙수저로 계급 논란이 한창인데 밖에 나와보니 금프랑 동민국으로 나뉘는 건가... 씁..


 다시 허니문 여행 얘기로 돌아와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유럽 여행에 안달 나 있는 여자 친구를 결혼으로 유인(?) 하기 위해 나의 구 남친이자 현 남편은 '유럽 허니문'을 카드로 내밀었고 그 제안을 덥석 물었던 덕분에 나는 유럽 땅을 처음 밟을 수 있었다. 물론 우리는 여유 있는 휴양이 아니라 10박 12박 동안 이탈리아 전역을 힘들게 돌아다닌 덕분에 허니문이라기보다는 배낭여행에 가까웠지만. 나처럼 구차한 이유는 아니지만 요즘 젊은 커플들은 쿨하게 유럽을 신행지로 선택한다고 하는데 그중에 특히 인기 있는 휴양지가 스페인의 작은 섬 마요르카라고 한다. 하긴.. 작다고 하기엔 제주도의 2배 크기라고 하니 쫌 크다고 해 둘까.. 


사실 나는 편히 여유를 찾는 휴양보다는 낯선 거리를 걷고 색다른 문화를 보고 독특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체험식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휴양지로 유명한 마요르카나 몰타 산토리나 같은 곳은 그다지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이 경우에도 위기가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는 명제가 통한다. 코로나 시국이 우리에게 상상할 수 없었던 제약과 위기를 주었지만 동시에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도 주었다. 바로 초초저가의 비행기 값!! 한국에서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스페인 바르셀로나나 프랑스 파리에 2~3박 묵으며 경유해서 마요르카로 들어와야 한다. 그럴 때는 마요르카 들리는 겸에 유럽 여행도 겸사겸사 한다지만 경비도 많이 올라가고 장시간 이동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2시간 반만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40유로에 마요르카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마요르카는 유럽의 하와이 같은 곳이라서 여러 나라와 연결된 직항 노선이 많이 있고 특히 독일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나라라고 한다. 은퇴하고 마요르카에 자리를 잡은 독일인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스페인은 날씨와 기후, 그리고 물가가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라서 영어 수업을 듣는 원어민 선생님들 중에서도 스페인에 살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0이 하나 빠진 것 같은 이토록 저렴한 비행기 삯은 코로나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숫자다. 이런 달콤한 유혹을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 남편이 쓸 수 있는 연차가 하루 있었기에 예의상 약간 고민한 후에(슬로바키아에서 스페인 가는 편도 항공편이 10유로였는데  4자리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고민을 오래 할 수가 없었음). 스페인의 코로나 상황과 국경을 넘을 조건 등을 서치 해 본 후, 백신 2차 완료에 12세 미만의 아이들은 코로나 관련 증명서가 필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비행기표를 과감히 발권했다(각 나라마다 입국 시에 필요한 서류와 준비해야 할 QR코드 앱이 다르므로 출국 전에 철저히 준비해서 어이없이 비행기를 못 타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겠다). 작년 코로나가 갑자기 터지면서 그 해 이스터 여행으로 예약했던 스페인 남부 비행기 값을 항공사로부터 바우처로 받았었는데 이를 이번에 사용하면서 공짜로 간 느낌도 덤으로 느낄 수 있었다. 7월 초에 아이와 다녀온 로마 비행기 편과 이번에 마요르카 가족 여행을 발권하고도 40유로가 더 남았다. 와우. 이런 코로나 시국에 하루 확진자가 몇 백 명 에서 몇 만 명까지 나오는 유럽에 사는 나를 지인들은 안타까워하지만 물론 작년에는 그리고 올해 초까지 집콕이었지만 백신이 나오고 코로나 특수를 본 이들이 아마존이나 구글 말고 여기 있구나..ㅋ  그래서 이렇게 코로나 이후 1년 반 만에 가족의 첫 비행기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유럽 여행에서 달라진 점

1. 2차 백신을 완료하지 않고서는 비행기를 타거나 국경을 왕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항체검사나 PCR로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매우 귀찮고 위험성이 높다고 본다)

2. 하지만 백신을 맞으면 마스크와 혼연 일체가 된다는 전제로 유럽의 코로나 특수 여행을 느낄 수 있다

3. 코로나 특수라 하면 매우 저렴해진 비행기 값과 유명 관광지에도 붐비지 않는 여유, 그리고 정말 유럽인들이 사는 유럽에 온 듯한 70~80년대에 해외여행을 온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한국은 대부분 알아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외국인들도 아주 가끔 만날 수 있다. 

4. 유럽을 돌아다니는 희소한 아시아인으로서 궁금하다는 시선을 받기는 하지만 대부분 친절하고 우리를 부며 뭔가 관광의 물꼬가 트일 것 같다는 기대를 하는 듯이 친절하게 대해 준다. 그들도 본인들의 매상을 톡톡히 올려줬던 아시아이들이 북적했던 그 시절을 회상하는 듯...



특히 이번 마요르카 일정은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기에 관광이 목적이라기보다는 휴양이었기에 나는 여행과 관련된 책을, 남의 편은 본인과 아이의 유흥(?)을 위한 태블릿을 챙겼다. 그런 나는 태블릿이라는 당근을 이용하기 위해 거쳐야 할 채찍, 아이의 문제집을 챙겼다ㅋㅋㅋ 

여행을 왔다면 그곳의 낯선 풍경과 분위기를 감상해야 하는데, 할 게 없으면 여행 일기를 쓰거나(나란 참 구식인사라므.. 어쩔 수 없다요..) 나와의 대화를 시도하거나;; 그런데 좋은 여행지에 가서도 태블릿에 빠져서 게임이나 시간이 제대로 잘 가게 만드는 유튜브를 보며 퍼지는 것을 좌시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 그렇다면 그곳에서 책을 보는 것은 같은 것 아닌가요 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는데... 아날로그형 인간으로서 책은 용서됩니다요.. 세계의 글로벌 리더들이 꼭 가져가는 것이 책이라고 하잖아요 ㅋㅋ 아무튼 남의 편은 성인이니 이제 와서 개화(?)시키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고 본인이 여행을 느끼던지 핸드폰에 빠지던지 알아서 하겠지만ㅋ, 아이가 그런 꼴을 하고 있는 것은 보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휴양으로 아이에게 태블릿을 갖고 가게 하겠다는 아빠의 선언에, 그 사이좋은 구름 같은 기분을 미리부터 초치지 싫어서 당당하게 동화책 한 권과 몰래 문제집을 챙기는 것으로 응수할 수밖에 없었다 ㅋㅋㅋ



처음으로 휴양다운 휴양을 떠난 이번 마요르카 여행에서 그동안 나의 무기력과 허무함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고 분위기를 쇄신시키고 왔다 바로 함께 가져간 그 한 권의 책으로 앞으로는 그 책에 대한 내용 그리고 2박 3일 마요르카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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