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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Sep 07. 2022

신경써야할 말버릇

스물, 이제 매너를 생각할 때(24)

신경써야할 말버릇     


“자네, 그 말버릇 좀 고치게. 반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존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뭔가!” 

부장의 호통소리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내가 잘 아는 N대리. 성실하고 겸손한 젊은이다. 예절바르고 매너 좋다. 그런 사람이지만 한 가지 습관 때문에 가끔 황당한 일을 당한다. 그의 말하는 습관, 말 매너가 문제다. 다름 아니라 ‘반말’을 한다는 점이다. 


상사에게 반말을 한다고? 물론, “부장! 나 좀 봐!”식의 노골적인 반말은 아니다. 그의 반말은 대화의 끝부분에서만 “…요”를 붙이는 응석조의 반말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부장님. 제가 어제 야근을 하는 데 ~, 어떤 사람이 전화를 해서 ~, 김 부장이라는 사람 있냐 ~, 그래서 여긴 그런 사람 없다고 했더니 ~, 분명히 전화번호가 맞다고 우겨대는 데 ~,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전화 잘못 걸었다고 해도 아니라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신경질을 내면서 ~,  정말 짜증나더라고요.” 이런 식이다. 즉, 계속해서 반말로 아랫사람 대하듯 말을 이어가다가 끝에 가서 존대를 하는 어법이다. 끝까지 들어보지 않으면 영락없이 상사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반말을 하는 게 된다.


유심히 관찰해보면 이런 식 말버릇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심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로 N대리는 그런 어법 때문에 까다로운 상사나 고객으로부터 몇 번 충고를 받은 적이 있는데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버릇이 튀어나오곤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말은 곧 인격이다. 그리고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또한 사람들 중에는 황당할 정도로 깐깐하거나 이상한(?) 사람이 꼭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별것 아닌 것으로도 황당한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좀 더 치밀하게 자신을 다듬고 관리해야 한다. 


어느 대학생이 선생님의 발등을 밟아 놓고는 “미안해요”라고 했다고 굉장히 기분나빠한 교수님이 있고, 편의를 봐줬더니 “고마워요”라고 말해서 기분이 상했다는 교수도 있다. ‘…해요’는 서울지방의 애교어이지 공대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까만 후배 녀석을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반갑게 손을 거머쥐고 흔들어대면서 “어쩜 이렇게 돼지가 되셨습니까?”라고 한다. ‘돼지’라니? 참으로 매너 없고 싸가지 없는 말버릇이 아닐 수 없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백화점의 양복점에서 그 부당함을 언성 높여 따졌더니 옆에서 지켜보던 여점원이 나를 진정시킬 양, 의자를 내밀며 하는 말이 “아저씨! 여기 앉아서 말씀하세요. 혈압 올리지 마시고…”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혈압이 더 오르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써야 할 말과 써서는 안 될 말의 구분을 못하는 것 같다. 이건 꼭 스무살 젊은 청춘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언어생활이 뒤죽박죽 엉망이다 보니 성인이 돼서도 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가리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말을 하는 이 못지않게 듣는 이에게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어원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 말을 사용했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고마워요’나 ‘혈압 올리지 마세요’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한다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 모두가 이해심 많고 너그러운 것은 아니다. 깐깐한 교수도 있으며 나같이 혈압 잘 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니, 말버릇 때문에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매너 있고 예의를 갖춘 언어구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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