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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Dec 09. 2022

인연의 절묘함

결국은 인간관계(13)

13. 인연의 절묘함     


《헬로 굿바이 헬로》(크레이그 브라운 지음, 배유정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5년)를 보면 우리의 삶이 ‘관계’로 이루어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영국에서 가장 재기 넘치는 작가’, ‘현존하는 영미 최고의 유머리스트’로 꼽히는 크레이그 브라운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써낸 이 책은 〈선데이 타임스〉 등 주요 매체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책에 수차례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 배우, 가수, 화가, 작곡가, 정치인, 학자 등 셀럽 101명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만남의 릴레이’를 펼친다. 


아돌프 히틀러와 존 스콧엘리스의 만남에서 시작된 책은 존 스콧엘리스와 러디어드 키플링의 만남, 러디어드 키플링과 마크 트웨인의 만남, 마크 트웨인과 헬렌 켈러의 만남으로 이어지다가 윈저 공작 부인과 히틀러의 만남으로 끝을 맺는다. 시작한 곳에서 끝남으로써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의 커다란 인연의 수레바퀴를 이룬다.


기이한 인연의 끈으로 서로 연결되는 101명의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결국 우리의 삶이 관계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새삼 이해하게 된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사는 동안 끊임없이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어떤 만남은 핀볼 게임처럼 삶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튕겨내기도 하고, 어떤 만남은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고 스쳐 가기도 한다. 


책에는 시종일관 절제된 유머가 깔려 있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큰 아쉬움을, 어떤 인연은 잔잔한 감동을 남긴다. 그 중의 압권은 맨 처음 등장하는 40대 초반의 아돌프 히틀러와 영국 귀족 존 스콧엘리스의 만남이다. 


1931년 열여덟 살의 존 스콧엘리스는 빨간색 작은 피아트를 구입하여 처음 운전을 하다가 길을 건너던 40대 초반의 한 사내와 충돌한다. 그 때 그 사내가 죽었다면 세계사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그가 아돌프 히틀러였으니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악연이든 선연이든 인연과 관계의 중요성을 상징하기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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