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고 싶다고? 딱 하나만 바꿔라(25)
“난 한 놈만 패, 난 무조건 한 놈만 패.”
1999년 김상진 감독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무대포(유오성)가 한 말이다.
이 유명한 대사는 세월이 한참 지났음에도 유행어로 남아있다. 주먹의 세계를 비롯하여 여러 방면에 적용 가능한 원리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볼링일 것이다. 볼링에서 ‘한 놈’이란 바로 ‘킹핀(kingpin)’이다.
‘킹핀’은 삼각형으로 배열된 10개의 볼링핀 중에서 정 가운데 위치한 5번 핀. 보통 정 가운데로 볼을 굴려 1번 핀을 노리면 스트라이크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면 맨 뒷줄의 양끝에 위치한 7, 10번 핀이 쓰러지지 않고 남게 된다.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하려면 1번이 아니라 숨겨진 5번 핀을 때려야. 그러니까 킹핀, 5번 핀이 핵심이요 원 포인트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이기도 하다
5번 핀 하나가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하나가 변하면 모든 게 변한다는 비유로도 곧잘 킹핀이 동원된다. 이런 이치는 국가 정책은 물론 조직운영과 자기경영에도 적용된다. 또한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핵심적인 것을 찾아내 집중 공략함으로써 파급효과를 거두는 것을 가리켜 ‘킹핀 이론’ 또는 ‘킹핀 전략’이라고 한다. 《블루오션 전략》으로 유명한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의 김위찬 교수도 ‘킹핀 전략’을 주창한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킹핀 이론 또는 킹핀 전략은 원 포인트 이노베이션과 같은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혁신을 하려고 할 때 가장 파급효과가 좋은 것 ‘한 놈만 패면’되는 것이니까. 다만 원 포인트 노베이션이 그것과 다른 것은 때로는 파급효과 위주가 아니라 손쉬운 것부터, 일단 변화의 첫발을 떼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킹핀 전략은 가장 파급력이 강한 부분에서부터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혁신을 위해 사람을 움직이려할 때도 모두를 움직이려 하거나 모두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킹핀이 될 만한 사람부터 설득하여 움직이면 된다. 일단 그들이 호응하여 혁신에 참여함으로써 연쇄작용을 일으키게 되고 그럼으로써 조직 전체가 움직일 수도 있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조직의 역학에 따라 킹핀의 위치는 다를 수 있다. 복잡한 조직은 다단계로 킹핀이 존재할 수 있다. 1차 킹핀이 2차 킹핀을, 2차 킹핀이 3차 킹핀을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화성신문, 사람을 다 움직이려 하지 말고 킹핀을 찾아라, 조영호, 2020. 9. 4)
킹핀은 긍정적인 의미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포드 자동차에 얽힌 일화에서 킹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인 모델T로 효율성 혁명을 일으켰던 포드가 어느 날 직원들을 폐차장으로 보내 폐차된 모델T의 부품 상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차축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부품들이 노후상태로 나타났는데 단 하나 예외적인 부품이 있었다. 앞 차축과 차체를 연결하는 세로 볼트였다.
직원들은 바로 포드에게 보고했다. 폐차에서 나온 모든 부품이 노후 상태인데 세로 볼트만은 예외였다고. 보고를 받은 포드는 세로볼트 담당자를 불렀다. 상을 주려고? 아니다. 포드는 그 담당자에게 세로볼트를 생산하는데 비용을 줄여 품질을 낮추라고 지시했다. 세로볼트를 만드는 데 지나친 공을 들여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바로 이 세로볼트도 자동차업계에서는 킹핀이라고 불린다(https://blog.naver.com/saza77/221029121519).
킹핀 이론은 개인의 혁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기혁신을 하려고 할 때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의 하나가 습관이다. 그런데 많은 습관 중에서도 킹핀같은 습관을 찾아 변화를 시도해야 효과가 큼은 물론이다. 그런 습관을 찰스 두히그는 ‘핵심습관(keystone habit)’이라했다.
핵심습관 하나를 바꾸면 다른 습관이 연속적으로 도미노 무너지듯 바뀌어간다. 핵심습관은 광범위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야말로 한 놈만 패면 나머지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려나갑니다. 핵심습관을 바꾸면 일상이 달라지고 결국 일생이 달라질 것이다. 당신의 핵심습관, 킹핀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