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올해는 어떤 새로운 일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눈에 들어온 문구.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세요!’
카카오톡 PC버전 하단 배너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해야 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 삼박자가 맞아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린 듯 배너를 클릭했고, 브런치는 작가 검증을 위한 몇 가지 사항을 요청해왔다.
작가님 소개를 해주세요(=누구냐 넌)
연재할 내용을 소개해주세요(=뭘 쓸 거냐)
기존에 작성하신 글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너의 실력을 증명해라)
일단 소속과 이력을 썼다. 부모로서의 일상을 담은 내용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목차 형태로 글감들을 적었다. 역량을 증명할 레퍼런스로는 신문사 기고용으로 적었던 원고와 담당자로 제작해왔던 매거진들의 e-book 링크 몇 개를 제출했다. 다른 분들의 글에서 몇 차례나 심사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들을 접했기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음 날, 브런치가 내게 메일을 보냈다.
처음에는 ‘가입 인사를 잘못 봤나?’ 생각했다. 다시 보니 축하 메시지였다. 대한민국에서 글에 대한 열정과 역량을 모두 갖춘 그룹에 내가 포함되다니! 쾌재를 부르며 신나게 글을 적었다. 한 편, 두 편 써나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회 수가 저조했다.
답답한 마음에 알고 지내던 다음 포털사이트 관계자에게 대뜸 카톡을 보내 운영팀의 원칙이나 알고리즘에 대해 묻기도 하고, 메인에 노출되는 글들을 다양한 각도로 뜯어보기도 했다. 그래도 조회 수는 제자리였다. 10편째 썼을 때, 드디어 모바일 다음과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노출됐다. 하루 20회 정도에 머물던 조회 수는 약 이틀 만에 3천 건이 넘었다.
브런치 10화 '직장 내 젊꼰이 부모가 되면'의 노출 결과 캡쳐.
브런치에는 무려 4만 명이 넘는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오랜 기간 글을 써온 분들이 많다. 유명 작가들이 연재한 글의 숫자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제 와 자신없다고 얘기하자니 이미 저질러버렸다. 그래, 성실함이다! 나는 성실함을 무기로 오래, 꾸준히 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아무리 바빠도 자주 쓴다
꼭 브런치에 쓰지 않아도 어디에든 나의 글을 자주 쓴다. 사실 브런치에는 정제된 글만 써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블로그든 어디든 좋다. 주말이나 출퇴근길, 자기 전에 글감을 미리미리 생각한다. 글로 정리해보고 싶은 내용은 카카오톡 ‘나에게 쓰기’ 기능으로 러프하게나마 미리 써둔다.
2.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는다. 성장을 위해 좋은 점만 취하는 건 괜찮지만, 일일이 비교하며 나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글은 어차피 개개인의 경험과 지식, 성품을 담는 거울이다. 어느정도의 기술은 필요하지만 글은 따라 할 수도, 따라 할 필요도 없는 개성의 총체다. 나는 나만의 진솔한 글을 쓴다.
3. 많이 읽는다
아무리 영상이 대세인 시대지만 글로 정보를 찾는 것이 편하고,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려면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알아야 한다. 기사든, 커뮤니티든, 브런치 글이든 요즘 사는 이야기가 담긴 재밌는 글들을 많이, 아주 많이 읽자.
글은 삶의 등대가 된다. 망망대해같은 삶에서 누군가의 불빛에 의지하고, 나도 누군가의 등대가 되려면 글이 필요하다. 부모가 되니 더 그렇다. 많이 알려지고 읽히면 좋겠지만, 그건 일단 내가 좋은 글을 많이, 잘 쓰고 난 후의 단계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