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다수는사직서를 품고 다닌다. 내가 속한 조직이 너무 좋아서 퇴사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회사의 대표이거나 대표의 가족이거나 타고난 긍정론자일 것이다.
휴직 때 구직시장에서나라는 인간의 시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고자 이력을 업데이트 해봤는데 그 이후잊을만 하면 한 번씩 제안이 온다. 꼭 이직할 요량은 아니더라도 '작정하면 팔리겠구나' 싶어 자존감을 세울 수 있었다. 연봉의 두 배를 제안받았을 땐 흔들린 적도 있었는데 마음이 썩 내키질 않는다. 왜일까.
1. 일과 가정을모두 지킬 수 있는 회사인가
부모가 되고난 뒤로는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해 생각한다. 모든 부모들이 그럴 것이다. 사실 '나인 투 식스' 직장에 다니며 육아까지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한달에몇 번쯤의 야근은 괜찮다. 그런데 그 '식스'가 자주 불분명해진다면아이가 있는 삶에서 지속 가능한 직장이 아니다.
2. 오래 다닐 수 있는가
많이 벌고 빨리 퇴직하는 것도 좋지만, 인간은 일을 통해 얻는 생기가 있다. 그래서덜 받더라도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인지를 본다. 제안 받은 회사들은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거나, 더 많은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는 곳들이다. 다만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인가를 따져보면 쉬이 답이 안 나온다.
3. 가치가 맞는가
사익이 아닌 공익적 가치를 위해 일하는 것이 더 좋다.이곳도 일을 하는 곳이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직을 고민하면서도 12년 째 아등바등자리를 지키는이유, 오로지 가치 뿐이다. 종교, 정치, 성별, 국적에 관계 없이 모든 아동의 행복을 고민하고 이를 위해 헌신하는 이 조직을나는 꽤애정한다.가수 윤종신 씨의 아버지인 윤광석 사회복지사도40여년 전 이곳에서 근무하며 장애어린이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했다.
대기업이나 공무직으로 이직한 동료들을 가끔 만난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이직을 했고, 장단점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전해준다. 그리고는 내게 묻는다.왜 이직하지 않는지.그 질문에는어째서 여전히그 정도 처우에 만족하며더 나은 단계로 도약하지 않는지, 여전히 왜 '가치'같은 것에 붙잡혀 있는지 의아하다는눈치도 섞여있다.
글쎄. 변화에 보수적인 것도 있고, 용기가 부족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는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 내가 필요했던 어른들에 대하여.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지원, 교육, 더 큰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 등을 위해 누구도 쉬이 나서지 않는 일들을 우리같은 단체에서 그 역할을 하고있는거라고.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중.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본인조차 모를 때가 우리에겐 종종 있다.
조직생활의 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이 5년 후인지, 10년 후인지, 20년 후인지 솔직히 알 수 없다. 그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때론 분노하며 또 다시 이직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재를 잘 살고 있다면, 그 카드는 언제든 유효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