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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벽한 가족 Mar 25. 2022

헤드헌터의 제안


 '귀하를 G사 OOO 포지션에 추천합니다. 원하실 경우 답변 부탁드립니다. - 헤드헌팅 전문기업 OOO 배상'


 또 하나의 제안이 왔다. 대기업으로는 두 번째다.


 직장인 다수는 직서를 품고 다닌다. 내가 속한 조직이 너무 좋아서 퇴사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회사의 대표이거나 대표의 가족이거나 타고난 긍정론자일 것이다.


 휴직 때 구직시장에서 나라는 인간의 시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고자 이력을 업데이트 해봤는데 그 이후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제안이 온다. 꼭 이직할 요량은 아니더라도 '작정하면 팔리겠구나' 싶어 자존감을 세울 수 있었.  연봉의 두 배를 제안받았을 땐 흔들린 적도 있었는데 마음이 썩 내키질 않는다. 왜일까.




 1.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킬 수 있는 회사인가

 부모가 되고난 뒤로는 일과 가정의 균형에 대해 생각한다. 모든 부모들이 그럴 것이다. 사실 '나인 투 식스' 직장에 다니며 육아까지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달에 몇 번쯤의 야근은 괜찮다. 그런데 그 '식스'가 자주 불분명해진다면 아이가 있는 삶에서 지속 가능한 직장이 아니다.


 2. 오래 다닐 수 있는가

  많이 벌고 빨리 퇴직하는 것도 좋지만, 인간은 일을 통해 얻는 생기가 있다. 그래서 덜 받더라도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인지를 본다. 제안 받은 회사들은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거나, 더 많은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는 곳들이다. 다만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인가를 따져보면 쉬이 답이 안 나온다.


 3. 가치가 맞는가

  사익이 아닌 공익적 가치를 위해 일하는 것이 좋다. 이곳도 일을 하는 곳이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직을 고민하면서도 12년 째 아등바등 자리를 지키는 이유, 오로지 가치 뿐이다. 종교, 정치, 성별, 국적에 관계 없이 모든 아동의 행복을 고민하고 이를 위해 헌신하는 이 조직을 나는 꽤 애정한다. 가수 윤종신 씨의 아버지인 윤광석 사회복지 40여  전 이곳에서 근무하며 장애어린이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했다.


관련 인터뷰 보기:

https://m.blog.naver.com/childfundkor/221352229845





  대기업이나 공무직으로 이직한 동료들을 가끔 만난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이직을 했고, 장단점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전해준다. 그리고는 내게 묻는다.  이직하지 않는지.  질문에는 어째서 여전히 그 정도 처우에 만족하며 더 나은 단계로 도약하지 않는, 여전히 왜 '가치'같은 것에 붙잡혀 있는지 의아하다는 눈치 섞여있다.


 글쎄. 변화에 보수적인 것도 있고, 용기가 부족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는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 내가 필요했던 어른들에 대하여.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지원, 교육,  더 큰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 등을 위해 누구도 쉬이 나서지 않는 일들을 우리같은 단체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거라고.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중.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본인조차 모를 때가 우리에겐 종종 있다.


 조직생활의 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이 5년 후인지, 10년 후인지, 20년 후인지 솔직히 알 수 없다. 그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때론 분노하며 또 다시 이직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현재를 잘 살고 있다면, 그 카드는 언제든 유효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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