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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23. 2024

초여름이 다가오는 밤에 듣는 생상스의 백조

음악에 대한 수다

 초여름처럼 더웠던 하루가 지나고 시원해진  밤이 되어 유튜브를 시청하던 나에게 알고리즘이 '생상스의 백조'를 선사해 주었다.


 밤에 듣는 백조, 첼로의 선율은 마음을 가다듬거나 잠을 청해야 할 때 듣기 참 좋은 곡이다. 반복해서 듣다 보니 처음 이 곡을 접했을 때가 생각나서 일기처럼 글을 남겨보게 된다.


 때는 초등학교 5학년 (정확히는 국딩...), 담임 선생님이었는지 음악선생님이었는지, 또는 담임선생님이 음악선생님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나에게 음악시간에 반 친구들에게 들려줄 목적으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라는 곡의 테이프를 준비하라고 하셨다.

 왜 나에게 그걸 시키셨었을까?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부모님께 말씀드리고는 돈을 받아 시내의 레코드점에 가서 테이프를 샀다.

그때 샀던 테이프와 같은 사진이 없네요...

 

 그러고는, 수업시간에 틀기 전에 들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다지 길지 않았던 동물의 사육제 전곡을 듣게 되었는데, 그때가 '백조'를 처음 접했던 때다.

좋은 곡은 뇌리에 깊이 남는지, 그 이후 많이 듣지는 않았어도 여전히 기억에 남게 되었다.


 사실 당시 '백조'보다 더 좋아했던 곡은 '사자'와 '화석' 그리고 '수족관'이었다. 지금도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하면 '빠밤빰빠 빠바밤빠 빠라바라 밤빰빰!' 하는 '사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제대로 들은 첫 클래식 음악이 무엇이었고,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동물의 사육제'는 명확히 기억나는 것으로 보아, 알고 듣게 된 첫 클래식이 아마도 이 곡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에게 테이프를 사오라던 선생님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만화주제곡을 즐겨 부르던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 준 것만은 맞는 듯하다.

 숙제와 같은 이유로 듣게 된 클래식이었음에도, 꽤 괜찮았던 클래식과의 만남이었는지 초등학교 5학년 이후 오랜만에 전곡을 들은 지금도 선율들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좋은 기억이었어."라고 음악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초여름이 다가오는 밤, 지금 이 순간에는 우연히 들은 백조의 잔잔한 선율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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