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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Jul 28. 2024

인생에 꼭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과 사색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경쟁이 심화된 상태라면 열심히 스펙을 쌓고 준비했더라도 취업하기가 녹록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내 세대의 경우, IMF라는 90년대 최악의 상황이 있었음에도 다행히 빠르게 수습이 되어가는 때였는데, IMF이전보다는 쉽지 않았더라도 어찌어찌 취업을 했고, 그 덕에 여태 밥벌이 하고 있지만 요즘보다 치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느 날인가 취업준비에 한창인 친척 중 한명이 나에게 물었다. 힘들고 지쳐, 하기 싫을 때 어떻게 했냐고... 특별히 생각이 없었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한 거지... 뭐"


  나중에 아내에게 전해 듣기로,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말이 도움이 되었다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별생각 없이 말한 거긴 한데,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단한 뭔가를 하려고 살아온 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그냥 그날그날을 보내면서, 노후에 힘들지 말자는 생각 하나로만 살아온 것일 뿐. 그마저도 취업한 이후에 생각한 것이지, 그전에는 직업을 가져서 상류층이 되거나, 큰 명성을 얻고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어릴 적 로봇만화를 보던 시절의 꼬꼬마 오영은 로봇과학자가 돼서 멋진 로봇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건 어려서 가능했던 생각이고 말이다.


  아직 남은 인생이지만 반백년을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면, 또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리 많이 대단한 인생도 없다. 그렇다고, 하찮은 인생도 없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삶이 있는 경우도 있겠으나, 보통의 우리네 삶이라는 것은,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가족이나 나라를 구하는 영웅도 아니고, 반대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가 없지는 않겠으나, 보통의 우리네 삶은 누군가가 보기에 대단하지도, 하찮지도 않은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단하지도, 하찮지도 않은 인생이라는 것조차도 과분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보는 사람도 전체의 규모에서 보면 하류인생이라고 낙담할 정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냥 우리의 인생에 꼭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니까, 누구나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이 될 필요도, 주말드라마의 재벌이나, 셀럽의 연인이 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영화 '기생충'의 삶을 투영할 필요도 없. 그러한 인생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필요도, 강요받을 이유도 없다.

  다만 현재의 삶에서 그냥 살아가면서 지치면 한번 쉬고, 천천히라도 한 걸음씩만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욕심을 너무 부려서, 또는 너무 타인에게 기대어서 민폐를 끼치거나, 아니면 여기저기 입에 오를 만큼 특이한 그런 삶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되었다.


  보통 사람들을 지향하는, 그런 대단하지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인생도 괜찮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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