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노래 중에서 오지 오스본이라는 가수의 1980년에 발표된 'Goodbye to Romance'라는 노래가 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지 오스본은 외모나 복장도 심상치 않고, 노래들도 심상치 않은데 - 그럼에도 노래들을 좋아한다. - 그 노래들 중, 이 노래는 결이 좀 다른 서정적인 멜로디의 락발라드라고 볼 수 있겠다. 비록 앨범 표지는 상당히 기괴하지만서도 말이다.
노래의 가사를 잠시 음미해 보자면 이렇다.
Yesterday has been and gone
Tomorrow will I find the sun
Or will it rain?
Everybody's having fun
Except me, I'm the lonely one
I live in shame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 나는 햇빛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비가 내릴까?
모두가 즐겁게 지내지만
나는 홀로 외로이 살아가며
부끄러움 속에 머물고 있어.
Goodbye to romance, Goodbye to friends
Goodbye to all the past
I guess that we'll meet, we'll meet in the end
로맨스여, 친구들이여 안녕
과거여 안녕
결국에 우린 다시 만나겠지
특히 코러스 부분의 가사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대학시절의 즐거웠던 순간과 직장생활 초년에 친해진 음악친구를 떠올리기 때문이랄까... (중년이 되었다 보니 과거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대학시절 하숙을 하던 때, 그리고 복학 후 손바닥 만한 방에서 자취를 하던 때, 음악을 같이 즐기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는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나누다 보니 음악취향이 비슷해졌는데, 가끔은 아무 일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때로는 아무 대화 없이, 좁은 방바닥에 그냥 누워서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음악만 듣던 그런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 중 한 명은 이제 연락이 끊겼고, 한 친구는 서로 멀리 있어 1~2년에 한 번 만나는 사이가 되었지만, 가끔이라도 만나면 그 시절을 이야기하며 그리워하기도 한다. 비록 이제는 음악 이야기보다는 술 한잔 하며 사는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게 되었지만.
또 하나의 떠오르는 기억은 직장생활 초년, 나이는 나보다 1살 많았음에도 말을 놓는 사이가 된 친구로, 이 친구 역시 음악친구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직장 친구와 함께 노래방 클럽이라는 것을 결성하고는, 3명이 노래방 가서 목 터져라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던 그런 친구였는데, 이후 내가 조직 이동을 하면서 잠시 못 만났다가, 한참 후에 다시 만나 가끔 술 한잔 하던 그런 친구였다.
8~9년 정도 전이었나? 내가 있던 곳에 괜찮은 LP 바를 발견하고는, 이 친구가 좋아하겠다 싶어 만남을 약속하고는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갑작스런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지난밤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밤늦게 회사에서 일하다가...
그때의 황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같이 음악을 들으며 한잔하기를 기대하던 그 친구의 얼굴을 영정사진으로 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오랜만에 밤에 이 노래를 들었다.
이제는 청년에서 중년이 되어, 각자의 영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그리고 여전히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그런 아저씨들이 된 친구와 나의 청춘을, 그리고 중년이 되기 전의 모습으로 남아 어디선가 좋아하는 술 한잔과 음악을 즐기고 있을 나의 친구를 추억하게 되는 그런 밤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훌훌 삶의 먼지들을 털어버리고는 서로의 추억을 다시 나누는 시간이 오리라 기대한다.
I guess that we'll meet, we'll meet in the end
라는 가사처럼 말이다.
덧붙임. 사실 평소에는 그냥 즐기며 듣는데, 밤에 음악 듣다가 생각나서 바로 쓰다보니, 글이 좀 어둡네요...뭐 그리 어두운 사람은 아닙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