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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Sep 07. 2024

Goodbye to Romance

음악에 대한 수다

좋아하는 노래 중에서 오지 오스본이라는 가수의 1980년에 발표된 'Goodbye to Romance'라는 노래가 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지 오스본은 외모나 복장도 심상치 않고, 노래들도 심상치 않은데 - 그럼에도 노래들을 좋아한다. - 그 노래들 중, 이 노래는 결이 좀 다른 서정적인 멜로디의 락발라드라고 볼 수 있겠다. 비록 앨범 표지는 상당히 기괴하지만서도 말이다.


노래의 가사를 잠시 음미해 보자면 이렇다.


Yesterday has been and gone

Tomorrow will I find the sun

Or will it rain?

Everybody's having fun

Except me, I'm the lonely one

I live in shame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 나는 햇빛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비가 내릴까?

모두가 즐겁게 지내지만

나는 홀로 외로이 살아가며

부끄러움 속에 머물고 있어.


Goodbye to romance, Goodbye to friends

Goodbye to all the past

I guess that we'll meet, we'll meet in the end


로맨스여, 친구들이여 안녕

과거여 안녕

결국 우 다시 만나겠지


  특히 코러스 부분의 가사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대학시절즐거웠던 순간과 직장생활 초년에 친해진 음악친구를 떠올리기 때문이랄까... (중년이 되었다 보니 과거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대학시절 하숙을 하던 때, 그리고 복학 후 손바닥 만한 방에서 자취를 하던 때, 음악을 같이 즐기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는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나누다 보니 음악취향이 비슷해졌는데, 가끔은 아무 일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때로는 아무 대화 없이, 좁은 방바닥에 그냥 누워서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음악만 듣던 그런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 중 한 명은 이제 연락이 끊겼고, 한 친구는  서로 멀리 있어 1~2년에 한 번 만나는 사이가 되었지만, 가끔이라도 만나면 그 시절을 이야기하며 그리워하기도 한다. 비록 이제는 음악 이야기보다는 술 한잔 하며 사는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게 되었지만.


  또 하나의 떠오르는 기억은 직장생활 초년, 나이는 나보다 1살 많았음에도 말을 놓는 사이가 된 친구로, 이 친구 역시 음악친구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직장 친구와 함께 노래방 클럽이라는 것을 결성하고는, 3명이 노래방 가서 목 터져라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던 그런 친구였는데, 이후 내가 조직 이동을 하면서 잠시 못 만났다가, 한참 후에 다시 만나 가끔 술 한잔 하던 그런 친구였다.

  8~9년 정도 전이었나? 내가 있던 곳에 괜찮은 LP 바를 발견하고는, 이 친구가 좋아하겠다 싶어 만남을 약속하고는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갑작스런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지난밤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밤늦게 회사에서 일하다가...

  그때의 황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같이 음악을 들으며 한잔하기를 기대하던 그 친구의 얼굴을 영정사진으로 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오랜만에 밤에 이 노래를 들었다.


  이제는 청년에서 중년이 되어, 각자의 영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그리고 여전히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그런 아저씨들이 된 친구와 나의 청춘을, 그리고 중년이 되기 전의 모습으로 남아 어디선가 좋아하는 술 한잔과 음악을 즐기고 있을 나의 친구를 추억하게 되는 그런 밤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훌훌 삶의 먼지들을 털어버리고는 서로의 추억을 다시 나누는 시간이 오리라 기대한다.


I guess that we'll meet, we'll meet in the end

라는 가사처럼 말이다.




덧붙임. 사실 평소에는 그냥 즐기며 듣는데, 밤에 음악 듣다가 생각나서 바로 쓰다보니, 글이 좀 어둡네요...뭐 그리 어두운 사람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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