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진지 사이
어제 아주 흥미로운 기사를 보았다.
챗GPT의 사용자가 X(옛 트위터)를 통해 오픈AI CEO인 샘 알트먼에게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을 할 때 어느 정도의 전력소모가 더 되냐는 질문에 수천만 달러 수준이라는 답변을 했다는 내용이다.
여러 곳의 기사제목을 보면 매우 자극적으로 적어놔서 마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지 말라는 톤으로 적었는데, 내용의 본질은 그렇지는 않고, 많은 사용자들이 AI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편이라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다. 개인적으로 챗GPT를 자주 사용하는 편인 나도 마무리할 때에는 고마워 내지 Thank You라는 표현을 하는데 일종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챗GPT는 내 인사에 답변을 하느라 토큰과 전력을 더 소모하긴 할 것이고...
그런데 기사를 읽고 난 후,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정말 문득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특성상 언젠가는 정말 AI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지 말라고 가이드가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상상 말이다. 그러면,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토큰이 소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사용자들이 사족에 해당하는 행위를 줄여나갈 테고 그 결과 감사인사를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나아가 앞으로 챗GPT와 같은 대화를 통한 생성형 AI 뿐만 아니라 로봇과도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시대가 올 텐데 그렇다면 과연 로봇에게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게 될까?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로봇이 아닌 사람들 간에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는 경우가 줄어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엉뚱한 상상 말이다.
이것에 대해서 두 가지로 생각을 나눠봤다. 물론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싶은 그런 생각들이다.
첫 번째는 역사적인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는 미래의 예상이다. 옛날에는 노예 (또는 노비)의 존재가 있었다. 노예는 동서양을 떠나 어떤 문명권에서도 있었던 존재다. 그리고. 그 노예를 부리는 계급 즉, 주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노예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노예들의 행위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 매우 비정상적인 행위로 간주되었다. 혹여 노예에게 감사인사라도 할지라면 주변 사람들이나 혹은 부모가 그러지 못하도록 다그쳤을게다.
이것을 그때보다는 더 문명화된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겠지만, 과연 미래에 로봇 또는 어떤 형태든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서비스 기기에 대해 우리는 감사인사를 하게 될까? 물론 키오스크와 같은 단순한 기계(기기)에는 인사를 하지 않겠지만, 사람과 같이 대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그런 존재라면 어떻게 대응을 하게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게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덜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점차 다른 곳으로 확산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뒤에 다시 말해보기로 한다.
두 번째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이익의 관점에서 가치를 매겨지게 될 때, 감사라는 예의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챗GPT와 같은 서비스에서 감사인사만으로도 토큰소모나 과금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가정한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챗GPT와 같은 대화형 서비스에 대해서는 감사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설문에서 챗봇 사용자 중 67%의 사용자들은 예의를 갖춘 태도로 대화한다고 하며, 그중 55%는 그 이유를 "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33%는 이미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67%의 사용자들 중에서도 비용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 또는 운영하는 기업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가이드라인이 주어진다면, 예의를 갖출 확률이 낮아질 것이다.
여기에서 비약을 해보자면 이렇다. 나뿐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배워오기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것이었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 작은 것에도 예의를 갖추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기에 챗봇에 대해서도 그러게 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만일 감사인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의 수가 늘어나게 될 경우, 나아가 감사인사가 이익의 관점에서 가치를 따지게 되었을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라는 그런 생각이다.
그렇다! 매우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머리에서는 미래에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서는 노예처럼 대하거나, 감사인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다시 생겨나게 될 것이며, 계급이나 이익의 관점에서 서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그런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비약이라고만 볼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에서도 이미 쉽게 그런 현상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규모가 있는 회사이다 보니 사무실을 청소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면 간혹 청소하시는 분들이 책상 아래의 먼지를 대걸래로 닦아주시는데, 이때 주변의 반응을 보면, 자리를 잠시 빼주지 않고 눈길도 안주는 사람들도 보일 뿐 아니라,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는 사람들은 더 드물다는 점이다. 약간은 다른 예시이지만, 나는 입사 이래 출근해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걸러본 적이 없는데, 이것도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되어버린 양, 다수는 인사 없이 그냥 자리에 앉는다. 오히려 매번 인사하는 내가 더 민망한 상황이랄까...
기사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침 인사하는 것이 민망한 일이 되어버렸고 개인주의는 점차 심화되는 요즘, 감사라는 가치마저 이익이 되는가 아닌가의 관점으로 보게 된다면, "감사합니다"가 사라질 수 있는 것 아냐?라고 생각한 그것이 꼭 망상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그런 유쾌하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