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사색
한국인은 국밥이라는 농담이 있다.
국밥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다채로운 재료를 뜨거운 국물에 익혀 한 그릇 자체로 끼니를 해결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음식인데 조선 후기에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본래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이 상 위에 제대로 차려진 것이 정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잣거리에서 세 가지를 합쳐서 빠르고 값싸게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 바로 국밥인 것이다.
국밥이라는 음식이 갖는 특수성은 어렵고 혼란한 역사적인 시기를 거치면서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면에서 생존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각 지역별 특색에 맞게 다양한 재료를 섞되,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 음식으로 만들어낸 음식이라는 점이다. 그 결과, 지역마다 특색 있는 국밥이 있는 것일 테고 말이다. 이렇게 지역별 특색이 있는 국밥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뚝배기에 끓여 뜨겁게 먹어야 한다는 그러한 점이다.
즉, 한국인은 국밥이다라는 말은 뜨겁고, 섞여있고, 빠르며 서민적이다라는 민족성을 담고 있기에 더욱 적합하게 들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한국적인 국밥은 땀을 흘리면서 먹어야 제대로 먹었다고 생각되는 것과 비슷하게, 한국 드라마는 눈물을 흘려야 좋은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둘이 유사성이 있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의 드라마도 여러 소재가 있지만, 결국 웃겨서 나오는 눈물이든, 감동에서 나오는 눈물이든, 또는 슬퍼서 나오는 눈물이든 눈물이 나와야 사람들이 좋은 드라마였다고 판단한다는 생각이다. 국밥은 땀, 드라마는 눈물이랄까?
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여 특색 있는 국밥이 나오듯, 드라마 역시 다양한 소재을 여러 감정과 이야기 요소를 섞어 하나의 줄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그 유사성이 있다.
두 번째로는 국밥이 뜨거워야 제맛이듯 한국 드라마도 감정을 뜨겁게 몰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 감정이 웃음일 수도, 눈물일 수도, 때로는 분노일 수도 있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그 감정에 뜨겁게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먹고 나면 이마에 땀을 흘리고 나서야 "아~ 시원하다"라는 말로 마무리하는 국밥과 같이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몰입된 감정이 눈물로 정화한다는 점, 즉, 땀과 눈물로 상징되는 것에 의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점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우리가 갖는 고유의 감정을 해소하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
하루의 힘듦을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는 땀을 흘리며 잊는 것과 드라마를 보면서 웃겨서, 슬퍼서 또는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로 고단한 현실을 위로받는다는 것, 아마도 그것은 뜨겁고 아프지만, 땀과 눈물을 흘리고 나서 다시 일어서는 우리네 삶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덧붙임. 저녁에 국밥을 먹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돌이켜보니 최근 주말에 국밥을 자주 먹은 것 같아서 접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