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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파동처럼 겹쳐진다

일상과 사색

by 오영

중년의 인생은 삶의 전체 영역에서 볼 때 말 그대로 초년도, 노년도 아닌 중간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초년에 느꼈던 것들에 대한 사색을 하게 되기도 하고, 노년에 느끼게 될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하는 시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또는 수학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겠으나, 인생의 시간을 하나의 파동으로 바라보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젊은 시절은 고주파에 가깝다. 작은 사건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순간의 기쁨과 슬픔이 삶 전체를 지배하는 듯 느껴지게 된다. 때로는 사랑, 실패, 성공, 실망과 같은 경험들이 곧바로 고주파의 진동처럼 빠르고 자극적으로 인식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들이 삶을 좌우하는 듯 보일 수도 있다. 이 감정들 중 일부는 열정이라는 단어로 불릴 수도 있고, 그것은 젊음의 힘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의 고주파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세상을 예민하게, 때로는 과장되게 받아들이게 될 수 있겠다.

젊을 때의 주파수

반면, 나이가 들수록 점차 저주파의 리듬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의 흐름은 젊었을 때보다 빨리 느껴지지만 마음에서 느끼는 감정의 흐름은 크고 느린 파동의 삶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극에 무뎌진 감정 또는 열정의 사라짐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경험의 쌓임에 따라 자연스레 만들어진 파동일 것이다.

이러한 저주파의 삶이라는 것은 인생의 큰 흐름이 중심을 이루게 된다는 의미이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크고 작은 이벤트(사건)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삶에는 언제나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가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었을 때의 주파수

중년이 되어보니, 이러한 것들은 인생의 큰 흐름이 중심을 이루면서, 개별의 사건들은 그 위에 얹힌 작은 진동으로 흡수되는 것 같다. 기쁨도 슬픔도 여전히 다가오지만 그것들은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흔들기보다는 한 주기의 일부로 자리 잡게된다.

저주파가 지배적인 파동이 되게 되면, 어떠한 사건들이 생겼다고 크게 호들갑을 떨 필요도 (사실은 떨 에너지도) 없게 된다. 단지 그 요동은 큰 물결 속에 포함되는 흐름의 하나일 뿐이게 된다.

그리고, 합성된 주파수

이렇듯 인생은 단일한 주파수가 아니라, 저주파와 고주파가 합성된(중첩된) 파동과 같지 않을까? 이렇게 합성된 파동에는 각자의 삶이 만들어낸 저주파의 큰 흐름 속에 고주파의 이벤트들이 섞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주파를 잃는 것이 아닌, 더 큰 맥락 속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게 되는 것일 테고 말이다.


모두가 나이가 들지만 각자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되므로, 각자의 큰 맥락과 인생에서 정해진 방향을 을 담은 저주파를 만들어 냈을 때, 여전히 존재할 작은 이벤트들, 고주파는 삶에 영향을 주겠지만 그것이 인생 전체를 규정하거나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삶의 본질은 사건의 크기와 주기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안의 주파수의 구조에 달려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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