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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May 04. 2023

라면의 평등성

일상과 사색

라면은 신기한 음식이다.

 왜냐고?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을 거의 못봤기 때문이다. 물론 내 주관적 경험에서 말이다. 라면을 매일 먹기에는 부담되지만 가끔이라도 먹을 때의 그 행복감이란 참 오묘하게 다가온다.고급음식도 아니고, 흔히 먹을 수 있음에도 - 사실 아내가 라면을 자주 못먹게한다 - 한주에 한번 정도라도 먹게되면 먹기 전부터 기대감이 밀려온달까.


 또 신기한 이유는 한명이 라면을 먹고있으면 꼭 주변의 사람이 한젓가락을 외치게 되는 마법을 갖고있때문이다. 특히 밤에는 더더욱!!

한 뚝배기... 아니 한 젓가락 하실래예

 반대로 매일 라면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라면은 괴로운 음식일게다. 몸에 좋은 음식이 아님에도 먹어야하는 상황, 별로 반갑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다행히 나는 아직 그런 상황에 있지는 않다보니 배부른 소리로 라면의 행복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부디 불편하게 생각하지는 말아주기를...


 라면이 신기한 다른 이유는 라면이 갖는 평등성때문이다. 라면은 서민들도 즐겨먹는 음식이고, 중산층도 즐겨먹는 음식이다. 내가 부유한 입장은 아니지만, 아마도 추정건데 부유한 사람들도 라면은 즐겨먹지 않을까? 그 라면이 2000원짜리 라면이든, 삼양라면이든 말이다.


 그럴 것이다 라고 추론해볼 수 있는 것은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그 유명한 '짜구리'를 보았기 때문일게다.

 서민의 음식이라고 말해주는 라면과 부유함의 상징과 같은 한우의 그 오묘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서민의 음식과 부자의 음식에 대한 절묘한 절충점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짜파게티에 고기조합은 불호에 한표

 

 전에 라면먹을 때 쓸데없는 상상을 해본적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건희 회장님도 생전에 라면은 먹지않았을까? 설사 주치의나 집에서 잔소리 역할을 맡은 사람이 라면은 해롭다고 이야기했더라도 말이다.


 물론 나만의 상상이다. 정말 부자들은 라면같은 음식 안먹어! 라고 말하더라도 사실 내 주변엔 그걸 증명해줄 사람은 없으니, 그 상상은 유효한 것으로 하고싶다.


 아무튼 오늘도 소파에 앉아 TV를 틀고 라면을 먹으면서 (라면을 먹는 나라에서의 이야기겠지만), '세상 이렇게 평등을 몸소 실천하는 음식이 있겠는가' 라고 드러나지않는 나만의 감탄을 하면서 한 젓가락 목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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