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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이 사라진 시대

일상과 사색

by 오영

[공상]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리어 봄. 또는 그런 생각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사전적 정의입니다


TV만화의 황금기였던 어린 시절에는 TV에서 나오는 로봇물을 포함한 판타지 만화를 보면서 수많은 공상에 빠지곤 했다.


만화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우리 집 어딘가에 로봇이 숨겨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 적도 많았다. 7~8살 때 즈음인가에는 잘 모르던 동네형이 돈 몇백 원을 주면, 자신의 집에 로봇을 보여주겠다고 해서 저금통에 저축했던 돈을 줬다가 결국 못 찾은 적도 있었다.

아시는가? 오로라 공주를...

아무튼 로봇만화에 빠져 지내다보니, 그리는 것은 로봇이나 기계들이었고, 자연스레 장래희망은 과학자가 되어 멋진 것들을 발명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시절이었다.


아마 조선시대 초기나 유럽의 중세시대와 같은 정도의 옛날이라면, 기술의 진보 가능성을 점칠 수 조차 없어서 마법의 세계 같은 상상 외의 공상은 쉽지 않았겠으나, 80년대에는 그럴듯한 기술은 소개되었지만 첨단까지는 아니니, 과학기술 관련 상상이 가능해져서 더 공상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덧붙여서 여기저기 신기한 것들은 많은데,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으니, 더욱 공상의 여지가 많았던 게 아닐까 싶다.


요즘은 공상이라고 할 만한 것을 해도, 이미 어디선가 기술이 나와있거나, 개발 중인 경우가 많다. 뭔가 그럴싸한 생각을 하면, '어, 그거 어디 어디에 나와있던데?' 이런 식 말이다.


기술의 발달이 너무나도 빠르고, 언제 어디서든 궁금한 것들은 쉽게 답을 찾고, 그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굳이 뇌가 상상을 할 필요가 없어져서 상상을 담당하는 영역이 퇴화하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다.

기술발전과 상상의지의 상관관계...에 대한 망상그래프


즉, 공상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실 공상할 틈을 주지 않는 시대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SNS나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아서 비슷비슷한 수준의 주변 친구들만 보고 살았기에, 꿈을 꿀 수 있는 창구가 TV나 영화, 소년잡지를 보곤, 친구들과 떠들었던 공상(상상)이었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현재는 급격한 기술발달로 공상의 영역이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정보가 넘쳐나는 현실 인지의 영역이 커진게 아닐까 싶다. 거기에 SNS로 타인의 삶을 바라보며 비교 상상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학생들은(부모님들이 상상하도록 허락하지도 않는 것 같지만) 배우는 속도보다 기술의 발달속도가 더 빠르고, 뇌가 상상할 틈도 없이 검색하면 답이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공상력?이나 색다른 창의력을 기대하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어디 사회학적 분석결과는 아니니, 아닌데에? 싶으면 여러분이 맞는 걸로 하자!


공상의 힘을 믿는 자로써 공상이 사라진 시대의 어딘가에 시간과 기술을 관장하는 존재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발 공상할 틈을 줘.....현실만 보기에는 인생에 재미가 없잖아!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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