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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다는 것

일상과 사색

by 오영

대학 때, 교양과목 중에서 '철학과 과학'이라는 과목을 신청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제목만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강을 했는데, 뭐가 그리 어려운지 수업 때면 졸기 일쑤였고, 아예 들어가지 않은 적도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기말고사 때였는데, 몇 페이지의 인쇄물을 읽으라고 주더니, '간디와 아인슈타인의 (가상의)대화집을 읽고, XXX에 대해 논하시오.' 라는 시험문제를 줬다. XXX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공대생이었던 나는 글쓰기에 영 소질이 없던 터라, 30분이 지나도록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며 3줄을 못 넘기고 있었는데, 옆자리 학생이 손을 번쩍 들더니 종이를 더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뭐 그리 생각이 많고 쓸 말이 많았는지, 전형적인 공대생 사고였던 나에게는 허탈한 기억이 남았던 시험이었다.




요즘도 배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학창 시절에 철학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 재미도 없고, 돈도 안 되는 따분하기만 학문을 왜 배우는가 생각을 했었다. 스토어 학파가 어쩌구, 니체는 어쩌구 했던 것들이 결국 시험을 보고 나면 머릿속에는 남는 것 하나 없었고, 어느새 그런 채로 어른이 되어버렸다.


사회생활을 하고 몇 년이 지났던가, 철학이라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된 계기가 왔는데, 그 계기는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나의 리더(회사와 사회)는 과연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철학이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되어있는데, 원리와 본질이 엉망이기를 바라지는 않을 테니 철학은 인간과 세계의 발전에 대한 고민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는 나만의 단순화된 정의를 내려본다.


철학이란 인간 역사의 탄생 그리고, 흐름을 같이 했기에 결국 철학과 역사는 한 몸으로 움직이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일게다.

그런 면에서 좁은 범위에서는 개인, 넓은 범위에서는 조직과 사회의 리더는 올바른 철학을 갖고 있어야 올바른 역사의 흐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 올바름은 상황에 따라 180도 바뀌면 안 되겠으며, 옳지 않음을 알면서도, 나의 이익을 위해 애써 옳은 것처럼 에둘러 말하는 것도 안 되겠고 말이다. 안타깝게도 어떤 사람들은 올바름 자체를 생각하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들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철학 없이, 또는 개개인의 왜곡된 철학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나 사회를 상상해 보자.


운이 좋다면, 근근이 버티거나 살아 남고, 운이 없다면 모두 상상하기 싫은 결말만 남게 되지 않을까? 뭐 소수의 어떤 이들은 그 상상하기 싫은 결말 속에서도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덧붙임.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저만의 개똥철학을 적어봤는데, 이런 글을 적기란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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