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인 中年이 되다 보니 (안타깝게도) 예전 이야기나 옛것을 더 찾게 된다.
그 찾게 되는 옛것 중의 하나가 골목길인데, 성격 탓도 좀 있는지 대로보다는 골목길이 더 좋다.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고 했는데, 나는 군자는 아닌가 보다.
아무튼 폭이 좁은 골목, 뒷길들을 걷다 보면 사람냄새가 난다. 세월의 냄새도 같이 난다. 정확하게 십자(十)로 된 길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고 이쪽으로 꺾일 것 같다가도 다르게 꺾인다던지 하는 의외성이 주는 재미도 있다.
특이한 옛 흔적의 동네
집들을 지나다 보면 화단을 예쁘게 꾸민 집, 개성 있게 꾸민 집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재미도 있고, 어떤 집 앞을 지날 때면, 치즈색 고양이가 햇살이 드는 문 앞에 누워있다가 지나가는 이들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는 풍경을 보는 재미도 있다.
몇 해 전부터 골목길에 대한 재미를 더하게 된 건, 도시의 역사와 길에 대한 어떤 유튜브 방송을 보면서다.
그전에는 단지 사람과 세월의 냄새만 좇았다면, 그 이후는 역사의 흔적 상상해 보기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는 시간의 골목길을 걸으면서도 마치 십 년 전, 수십 년 전의 사람들이 앞에서 오가고 생활하는 것을 떠올리고는 이 길은 이랬겠구나, 이 집은 이랬겠구나 하는 상상말이다.
40여년만에 찾은 어릴적 동네
작은 도시들을 다녀보면 골목길 외에도 성곽의 흔적과 그 안에서 살던 주민들의 삶의 터가 남은 곳들도 있는데, 이 또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가 알 수도 또는 모를 수도 있는 역사를 겪은 곳도 있고, 풍파에도 살아남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도 있어서, 어딘가에 남은 그 이야기들을 함께 듣게 된다면 더욱 정감이 가는 장소들이 된다.
지방의 한 읍성
재건축이다 도시 재개발이다 하여, 옛것을 부수고 말끔히 새로 짓는 것이 도시 행정의 편의나, 소유주의 경제상황에는 좋겠으니 반대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사라져 가는 옛길들이 아쉽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도시에서는 옛것이 사라져 가서 아쉬움이, 지방 작은 도시나 행정구역에서는 옛것만 남아 휑해지는 안타까움이 있으니, 뭐라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