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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옷걸이, 아니 턱걸이 기구를 팝니다

일상과 사색

by 오영

서재로 사용하는 방의 한켠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턱걸이 기구가 있다. 어떤 턱걸이 기구의 운명도 그렇듯, 우리 집에서도 옷걸이로써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

40대 초반즈음 집에서도 운동을 하기 위해 구입한 이후 2~3년 정도 그 제대로 된 용도로 사용되었었다. 남들은 몇 달 안 간다던데 2~3년을 썼으니 그래도 꽤 사용한 셈이다.


언젠간 운동을 하겠지 싶은 마음에 아직까지 놔두고 있는데 크기가 작지 않은 데다가, 턱걸이를 하겠나 싶은 마음에 이제 슬슬 보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턱걸이를 덜하게 된, 내 기준에서는 명확한 핑계가 있다. 눈에 띄어야 하게 된다는 지론?으로 전에는 거실에 두고 TV를 보다가도 몇 개 하는 식으로 해왔었다.

하지만 턱걸이 기구가 원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데다 인테리어에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서, 방으로 쫓겨나게 되었고, 이후 방에 들어가지 않는 한 눈에 보일 일이 없으니, 점차 방에서 다른 역할을 가지게 되었다는 핑계가 있다.


아... 핑계 맞다.

사실 거실에 실내자전거가 있는데, 이 친구는 모자걸이로 사용된다. 아주 가끔 본연의 목적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내 기준에서는 그중에서 운동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된다.


스포츠와 같은 것은 재미를 붙이면 꽤 오랜 기간 하지않을까 하고 생각되는 반면, 피트니스나 달리기 같은 것은 재미라기보다는 의지의 영역이 지배하는 부분이어서, 결국 내 의지가 약하구나라는 것만 알게 되고 어느 수준에서 멈추게 된다.


다음 주부터 해야지, 다음 달부터 해야지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는 게 몇 년, 턱걸이 기구였던 녀석은 이제 옷걸이라는 '가구'가 되어버렸다.


방 한켠에서 태생과 다르게 무거운 옷들을 담당하며 꿋꿋하게 있다가, 이제는 정리대상이 되어 기구한 기구가 되어버린 턱걸이 기구의 이야기다.


덧붙임. 그냥 제 의지가 약한 것에 대해 하소연이라기 보다, 주절주절해보고 싶어 쓴 글입니다. 건더기는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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