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락*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그룹 중 '섹스피스톨스'라는 그룹이 있다. 이름이 좀 그렇지만 아무튼 그런 그룹이 있다.
*70년대 영미권에서 탄생한 락 장르로 제도권 락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그룹의 가장 유명한 노래가 1976년에 발표한 'Anarchy in the UK'라는 노래인데, 우리말로 하면 영국에 무정부상태를! 정도 되겠다. 이 노래는 펑크록의 상징과도 같은 노래로 영국 음악잡지 '롤링 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500곡 중 50위권에 들어가는 노래이다.
서구의 역사에서 1970년대는 격동의 시기라고 하는데, 영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시 엄청난 인플레와 실업률로 젊은이들이 좌절에 빠졌던 시기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기존 제도에 대한 반항을 대변했던 노래였고, 또 히트했기에 명곡으로 남게 되었다.
나는 섹스피스톨스의 원곡으로 알기 전에 '메탈리카'와 스래시메탈의 양대라고 할 수 있는 '메가데스'의 버전으로 먼저 들었는데 그 이후, 섹스피스톨스의 원곡으로 듣게 된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노래 가사는 마치 히피들의 무정부주의자 찬양가로 이해하기 쉬운데(사실 가사가 그렇게 보인다), 당시 영국 왕실과 정부에 대한 반발이 담긴 노래라고도 하고, 무정부상태가 주는 혼란에 대한 노래라고도 한다.
섹스피스톨스의 리더 쟈니 로튼
노래 가사를 보면 좀 재미있는데, 가사의 몇몇 부분을 발췌해서 해석된 것을 보자면 이렇다.
l am an anarchist
나는야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로 시작해서...(정확히는 앞 가사가 더 있지만)
---중략---
Anarchy for the UK
영국의 무정부 상태
It's coming sometime and maybe
그건 아마도 언젠가는 오겠지
l give a wrong time stop a traffic line
난 교통이 멈추게 잘못된 신호를 줄 거야
Your future dream is a shopping scheme
네 장래희망은 쇼핑계획이나 짜는 거지
'Cause I wanna be anarchy in your city
왜냐하면 난 너네 도시에서 무정부 상태를 바라니까
이런 가사의 노래다. 혹시노래 가사의 '나(I)'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입했더니 무언가 떠오른다면, 우연일 뿐이다. 아무튼확실히 뭔가 제도권이나 정부에 대한 반발을 하는 노래가사로 해석되는 것은 맞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다르게 해석되지 않을까 싶다.
레전드 그룹 '송골매'의 '모여라'라는 노래는 공부고 뭐고 모여서 놀자 라는 가사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의 내용을 담은 것처럼, 당시 영국왕실과 정부에 대한 반발로 제대로 된 나라를 꿈꾸는 노래가 아니었을까?
요즘 무정부 상태가 유지 되고 있는 것 같은 어떤 나라를 보니,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어떤 상황이 연상되기도 하고 말이다.
덧붙임. 어떤 나라는 무정부 상태와 같을지라도 곤경에 처한 분들은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