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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Jul 31. 2023

오픈카에 대한 로망

일상과 사색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자신만의  로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 로망의 종류에는 슈퍼카나 멋진 튜닝카를 모는 레이서파, 고가의 명품세단에서 멋지게 수트를 입고 내리는 모습의 셀럽파, 캠핑카를 타며 세상의 오지를 탐험하는 모험가파, 그리고 오픈카를 타고 멋진 해변길을 드라이브하면서 바람을 만끽하는 오픈카파 등으로 나뉘지 않을까?

물론 내가 생각하는 분류가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딱 하나만 고르기는 어렵다. 나이대에 따라 각각 다른 로망들이 싹트고 사그라드는 것 같아서 나의 경우라면, 젊었을 적에는 레이서파였다가, 오픈카파로, 그리고 지금은 모험가파에 약간 걸쳐져 있다고나 할까?

출처) haveseen/stock, 캘리포니아 주도1호선

 모험가파로 바뀌기 전인 예전, 어떤 영화에선가 멋지게 나이 든 배우가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오픈카로 캘리포니아 해변길을 달리는 모습이 얼마나 멋져 보였던지... 영화에서처럼은 아니라도 너무 나이가 들기 전에 한번 시도를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레이서파에서 오픈카파로 넘어가던 시기라서, 펀카(Fun Car)분류에 포함되는 경량 로드스터라면, 운전의 재미와 낭만을 모두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한동안 오픈카에 대해 이리저리 알아보고, 진지한 고민도 해본 적도 있었다.


 그때 후보로 뽑던 차가 경량 로드스터 중, 가장 유명한 마쯔다의 MX-5였는데, 미국의 경우에는 2.5만 불부터 시작되는 가격에 구매가 가능한 펀카지만, 우리나라는 공식 수입이 안 되는 차라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는 이야기.

마쯔다 MX-5




 사실 오픈카를 타기에는 여러 현실의 벽이 있어서, 오픈카를 즐기 쉽지만은 않다.


 첫째, 앞서 말한 경제적인 요인이다. 이건 다른 로망들도 공통점이 되겠지만, 일단 싸지 않은 데다가 대개 2인승이다 보니 세컨카로 갖고 있어야 하므로, 등짝 스매싱을 각오하더라도 통장사정이 허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우리나라 환경에서 오픈카를 타기 적한 날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 뚜따(뚜겅따고)로 다녔다가는 얼굴이 땀과 함께 잘 익어버릴 테고, 봄/가을이라도 혹여 미세먼지 심한 날이라면, "저 사람 미친 거 아냐?"라는 소리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다.

 겨울은 추워서 못할 것 같지만, 타본 이의 말에 의하면 겨울철 오픈카 드라이브는 노천온천과 같은 기분이라 좋다고 한다. 뭐 겨울 오픈카 운전은 내가 안 해봤으므로 잘 모르겠다.


 셋째, 타인의 시선이다.

 이건 얼굴에 철판을 좀 깔고 다니면 극복할 수 있겠지만, 내 성격으로는 좀 어려운 부분이 아니겠나 싶다. 설사 내가 극복하더라도 아마 아내가 루프 닫고 창문 올리라고 할 듯하다.

 

 그런고로, 로망은 로망으로만 남게 되었다.


  '내가 말이야! 사자면 살 수 있지만 이런 현실의 벽이 있어서 안 사는 거야!' 라고 스스로 눈물을 닦고 정신 차렸다 싶지만..., 여전히 좋은 날에 오픈카를 타고 ,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해변길을 드라이브한다는 것은 역시 멋진 로망이다.

출처)강릉시, 동해안 드라이브 길


 덧붙임. 날이 덥다 보니 거실바닥에서 뒹굴 거리면서, 예전에 생각해 왔던 로망을 다시 꺼내보는 한여름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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