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과욕

과유불급

by Serendipity

마라톤에 입문한 지 1년 6개월. 정말 꾸준히 달렸다. 몸이 가벼워졌다. 내 평생 가져보지 못한 튼튼한 종아리도 갖게 되었다. 근육량이 증가하면서 몸의 탄력뿐만 아니라 마음 근육도 좋아졌다. 이러한 달리기 매력 때문에 욕심이 앞섰을까?

종아리 근육 파열. 되돌아보면 파열될 정도로 충분한 조건을 제공하였다. 금요일 퇴근 후, 불금을 만끽하기 위해 25km를 기분 좋게 달렸다. 이상할 정도로 평소보다 몸이 가볍고 달리기 흥분감도 높았다. 25km를 채우고 난 후에도 더 달릴 수 있을 정도였으니. 토요일 오후에는 지인들과 함께 약 4시간 동안 등산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다리가 점점 묵직해졌으나 달리기를 위한 다리 강화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걸었다. 솔직히 말하면 달리기가 취미인 사람으로서 힘차게 산을 박차고 올라가는 자신 있는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다. 동행한 친구가 변화된 나의 모습을 추켜세우자 마음은 더 우쭐해져 다리를 혹사시키고 말았다.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샤워를 하고 나서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스르르 잠이 들었다.

충분한 잠을 자고 여유로운 일요일을 맞았다. 일어나 걸음을 떼어보니, 금요일 달리기와 토요일 등산 흔적이 다리에 진하게 묻어 있었다. 오후까지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저녁 무렵 달리기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일었다. 결국, 복장을 갖추고 운동화를 신고 말았다. 충분한 휴식 없이 바로 달려서인지 몸이 무거웠다. 달리면서 몸이 점점 풀렸던 경험이 많은 터라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왼쪽 종아리에 작은 통증이 찾아오더니 뛰면 뛸수록 점점 심해져 결국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라톤에 입문하면서 제일 원칙이 무리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결국 마음을 앞세우고 말았다. 음식도 과하면 탈이 나고, 말도 지나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법이다. 배탈을 멈추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듯 내 종아리도 원상태로 돌리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정형외과를 찾았더니 2주 동안 쉴 것을 권유하였다. 주사 처방과 함께 물리치료도 받았다.

처방약을 먹으며 3일 정도 휴식을 취하니, 다리 상태가 좋아지는 듯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달려보기로 했다. 특히, 오르막을 달릴 때 강한 통증이 수반되었으니 가급적이면 평지에서 달리고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흙으로 된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부상 중 재활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스트레칭하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한 후 가볍게 뛰어보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속도를 점진적으로 높여서 달려보았다. 결국, 다시 탈이 나고 말았다. 작은 통증이 찾아와 달리기를 멈출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달리러 나온 것을 가슴 깊이 후회하며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참으로 어리석었음을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쉬는 것도 기술이라 했다. 다소 높은 강도의 달리기를 했다면 하루나 이틀 정도 쉬어 주어야 한다. 그래도 계속 달리기를 원한다면, 연속되는 과도한 운동보다는 다시 원상태로의 회복을 돕는 가벼운 운동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운동을 매일 지속하고 싶다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에너지를 일정하게 분산하는 것이 좋다. 공부가 잘 된다고 밤을 새우면 급격한 체력 저하로 집중력이 생기지 않는 것과 같다. 적당한 수면으로 휴식을 취해야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법이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욕심을 앞세워 무리하면 간절히 원하는 달리기를 일정 기간 동안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자신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한 시행착오로 누구나 알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과유불급.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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