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강한 뿌리

달리기의 매력

by Serendipity

타율적인 삶. 다른 사람의 지시나 명령에 따라 움직이거나 외부의 권위가 규정한 기준에 맞춘 수동적인 삶. 주변을 의식하고 눈치를 살피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인형에 실을 매달아 조종하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처럼. 타율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삶을 살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점점 묻히고 있는 나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고뇌 자체가 결국 나를 찾기 위한 길로 이미 들어섰음을 말해주는 것이기에 그나마 희망적이다.

나를 찾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사람들은 그 갈래길에서 자기만의 길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친다. 축구공으로 길을 개척하고, 독특한 색의 붓으로 길을 그리기도 하며, 음악으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길을 만들기도 한다. 분리된 두 공간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나도 나만의 길을 만들고 있다. 달리기. 나는 달리기로 주변의 크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 5개월. 거의 매일 달렸다. 날씨가 허락하면 밖으로 나가 달렸다. 비가 오거나 바깥공기가 좋지 않은 날은 러닝 머신을, 집에 늦게 들어온 날이면 실내 자전거로 달리기를 대신했다. 달리기가 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자, 일상에서 쌓인 생활 피로는 적당한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달리기 싫다는 자기 핑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가며 다독이고 격려하기도 했다. 볼품없고 생기를 잃어 가는 나약한 몸을 탓하며 막연한 자기 관리의 수단으로 시작한 달리기였는데, 지금은 그 매력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달리기를 지속하고 있는 이유다. 지금도 일주일에 50km 이상을 달리며 그 매력을 맘껏 누리고 있다.

달리기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동시에 가져왔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 84kg였던 체중이 지금은 73kg. 몸은 가벼워졌고, 체지방이 줄면서 근육의 양도 늘어났다. 다리도 확연히 더 튼튼해졌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일수록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다리에 힘이 생기니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게 되었다. 튼튼한 두 다리로 반듯하게 서 있으니 균형을 유지하기 쉬워진 것일까. 또한, 달리기는 심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더 크고 강한 것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더 대범해지고 유연해졌다. 나에게 닥친 다양한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함께 여유가 생겼다. 한 가지 방법만을 고수하는 해결 방법에서 다양한 해결 방안을 생각하는 유연함도 생겼다. 실제로 나는 많은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달리기는 나를 잊게 해 준다. 동시에 나를 발견해 준다. 달리는 자체가 가진 강한 몰입도는 달리기에만 집중케 하여 무아지경을 느끼게 한다. 다양한 사색이 수반되는 걷기와는 다른 달리기만의 특징이다. 한 마디로 머릿속 잡념이 생길 겨를이 없다. 달리기 그 자체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우면 다시 채워진다고 했던가. 달리면서 비워진 머리는 다시 채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준다. 학습 효과가 높아지고 업무 효율도 좋아지는 이유다. 달리기가 두뇌 발달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된다.

달리기가 안겨주는 유익함을 몸으로 배우고 있기에, 나는 오늘도 달린다. 나를 바로 세우는 뿌리가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시끄러운 잡음에 흔들리지 않고 거대한 급류에도 버틸 수 있는 나. 휩쓸리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힘이 생기면 정서적 안정이 함께 온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고 있는 요즘, 편안하고 안정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는 내 인생을 이렇게 구분한다. 달리기 전의 인생과 달리기 후의 인생. 달리기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또 하나의 새로운 도약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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