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우울한 기분을 달래준다.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답답할 때, 달리기는 우울함을 씻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한다. 단순한 감기도 대수롭지 않게 방치하면 큰 합병증이 생기는 것처럼, 우울한 기분이 잦거나 지속되면 정신 질환성 우울증으로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기에 처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달리기는 예방책과 동시에 처방전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우울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느끼게 되는 것일까. 인간의 뇌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 물질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 우울한 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세로토닌이 왕성하게 분비되면 활기찬 기분을 만들어 자신감을 유발하지만, 부족하면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그렇다면 달리기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세로토닌을 만들어 내는지 살펴보자. 달리기를 일정 시간 동안 지속하면 우리의 몸은 연료가 더 필요함을 인지하고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만든다. 지방이 연소되면 혈류 속에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만들어 내는데, 트립토판이 바로 세로토닌 생성의 주성분이다. 즉, 우리가 달리게 되면 지방이 연소되면서 트립토판을 만들어 내고, 그 결과 세로토닌이 왕성하게 분비되면서 우울한 기분이 해소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달리기는 우울함을 날려 버린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1988년 만화로 방영되었던 ‘달려라 하니’가 떠오른다. 일찍 엄마를 여위게 된 하니는 엄마가 그립거나 힘든 상황과 마주할 때마다 달리기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돌이켜보면 ‘달려라 하니’는 우울과 슬픔을 달래주는 달리기 효과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어쩌면 ‘달려라 하니’ 작가는 직접 체험한 달리기 효과를 만화로 표현하였거나 달리기를 콘셉트로 한 만화의 창작을 위해 심층적으로 공부했는지도 모른다.
달리기를 소재로 한 영화도 몇 편 있다. <포레스트 검프>, <말아톤>, <페이스메이커>, <아워 바디> 등. 이 중에서 우울한 기분을 개선하는 달리기 효과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영화는 <아워 바디>라고 할 수 있다. 8년 동안 행정고시 실패로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 가는 주인공 자영은 달리는 현주를 만난다. 자영은 우울하고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이 자신감 충만하고 활기찬 현주와 너무 대조적임을 느끼고 현주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달리면서 자영은 잃었던 웃음과 함께 활기도 찾고 삶을 주체적으로 바꾸어 간다. 우울함을 날려 버리고 활력을 되찾아 주는 달리기의 효과가 그대로 스며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음에 감기 기운이 있다면, 우울 독감이 지독하게 달라붙어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지금 당장 운동화 끈을 볼끈 묶고 뛰어볼 것을 권장한다. 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두 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지방을 태우면서 뇌에 잠들어 있던 세로토닌 부대를 깨울 것이다. 세로토닌 부대는 당신을 오랫동안 지배해 왔던 우울함을 공격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달리기를 맞이하면서 인생을 이렇게 구분할지도 모른다. 달리기 전과 달리기 후. 운동화 끈을 묶었던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