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까 오늘은 쉬어야겠어.’
‘오늘은 달릴 기분이 아니야.’
‘이 드라마 너무 재밌다. 조금만 더 봐야지.’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우리는 운동을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비가 오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서,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이처럼 운동하지 못하는 상황도 여러 가지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황 때문이라기보다 스스로가 만든 핑계일 가능성이 높다. 상황을 가져와 운동하기 싫은 마음을 투사한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의 타협으로 운동하는 시간을 물러낼 때, 운동에 대한 의지는 허무하게 끝날지 모른다.
매일 10km 달리기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달리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은 유튜버가 있다. 이 유튜버에게도 매번 상황은 달랐다. 달리기 좋은 날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찾아왔다. 그도 역시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달리기에 대한 강한 의지가 상황과의 타협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결국 비를 맞으면서 10km를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의 경우 비가 오는 날이면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헬스장 러닝머신을 이용했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대기 상태가 좋지 않은 날도 헬스장을 찾았다. 그 외에는 밖에서 달렸다. 밖에서 달릴 때는 그 날의 상황에 따라 코스가 달라진다. 퇴근 후, 저녁에 주로 달리는 나에게는 달리기 시작 시간에 따라 코스 선택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정시에 퇴근하여 7시부터 달리는 경우는 집과 거리가 먼 곳까지 나아가 공원에서 마무리하고 돌아온다. 다소 늦은 시간에 달릴 때는 멀리 가지 않는다. 달리기 시간을 최대한 확보함과 동시에 야간 달리기 위험을 피하려는 의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파트 단지는 달리기 코스가 의외로 많다. 아파트 단지 둘레를 따라 크게 달릴 수도 있고, 단지 내 도보길을 반복하여 달릴 수도 있다. 가끔은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도 이용한다. 아스팔트에서의 달리기와 흙으로 덮인 학교 운동장에서의 달리기는 충격 흡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도심지 인도를 따라 달리기도 한다. 달리기 환경의 변화는 새로움을 안겨준다. 가끔씩 집안 가구 배치를 달리하거나 인테리어로 변화를 주어 새로움을 찾는 것과 같다. 도심지 인도를 달리다 보면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자주 만난다.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빨간불이 싫겠지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평소 차를 타고 이동하며 얼핏 보았던 곳이 달리다 보면 더 자세히, 그리고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나에게는 주변 모든 곳이 달리기 공간이다. 달리기 위해 발을 내딛는 그곳이 바로 운동장이다. 가족 여행으로 호텔이나 리조트에 가면 그곳의 자연환경을 만끽하며 달린다. 가끔씩 등산로를 따라 달라기도 한다. 산길을 따라 달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근력과 지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나의 취미가 달리기라고 하면 어디에서 달리는지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나는 주저 없이 세상 모든 곳이 달리기 공간이라고 말한다. 달릴 수 있는 간편한 옷차림이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