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계를 깊이하고 넓히고 명확히 하는 과정
유럽으로 한 달 동안 신혼여행을 가기 직전이다. 한 달 치 짐을 싸고, 아빠 집에 쌓여있는 내 짐을 줄이기 위해 세 박스를 꺼냈다. 내가 어릴 때부터 모아놓은 보물 보따리였다. 유치원 때부터 받아온 편지, 매일의 기억과 느낌을 기록해 둔 다이어리, 상장, 성적표, 나와 내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졸업을 위해 쓴 소설, 시집과 영화평론글, 어릴 시적의 사진들, 아끼던 책들까지.
버릴지 말지를 고민하며 찬찬히 들여다보니 나는 나와 내 친구들의 기록, 표현을 소중히 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내 생각을 깊이, 명확히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를 위한 훈련을 자의, 타의로 꽤나 꾸준히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나를 책 읽기 좋아하고 많이 읽고 요 근래 생각이 깊어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려는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다이어리에는 수필작가가, 진로상담지에는 기자가 내 희망직업 중 하나로 적혀있었다.
내가 지금도 간절히 원하는 글 잘 쓰기, 내 생각과 세계를 깊이하고 결국엔 출판을 해서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꿈꿔온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는 생각만 하지 말고, 꿈만 꾸지 말고, 조언만 찾아 나서지 말고 진짜 꾸준히 써보자고. 그렇게 한다고 내가 원하는 만큼 글 실력이 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파고들어야 하고, 관찰을 하든 조사를 하든 무언가를 계속 접해야 한다.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시하고 기록하게 된다. 그 과정이 내 세계를 깊이하고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그 결과로 생기는 기록 또한 미래의 나에게는 보물이 될 것이다. 현재 여행하고 뉴저지에서 새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타인의 세계가 흥미로울 때 나는 그 사람과 더 친구가 되고 싶은데, 나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테니까. 나의 세계를 내가 알 때 타인에게 내 세계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100일 동안 매주 최소 네 번은 한 시간 동안 글을 써서 일주일에 두 편의 글을 발행할 계획이다. 공개적으로 결심을 했으니 로마에 있든, 바르셀로나에서 와인에 취해있든 지켜야 할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