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방 정리다. 또, 대청소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 행위의 목적은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한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단 욕심이 무색하게 작은 원룸 하나도 완벽한 관리란 없다. 집안일은 하면 티가 안 나고, 안 할 때 티 난다던 엄마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작정하고 모아보면 버릴 것은 왜 이렇게 많은지. 신중하게 구매한 물건부터 시시콜콜한 그날의 기분을 위해 사들인 크고 작은 물건, 어색한 어떤 축하와 함께 배송받은 물건, 쌓이고 쌓인 추억들. 한정된 공간에 갖가지 이야기를 물리적으로 내포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건 아까웠다. 어떨 땐 아쉬웠고. 이유 없는 존재란 없을 테니 작은 의미라도 부여하다보면 모든 것은 품에서 놓기에 아쉬운 것들. 한참의 하루가 힘들던 무렵, 그냥 ‘불났다 생각하고 털어내볼까?’ 마음가짐으로 하나둘씩 마음에서 떼내던 시간을 기억한다. 어느덧 여러 개의 종량제봉투 한가득 쌓인 물건과 중고거래에 내놓기 위해 차곡차곡 담은 쇼핑백을 보고 있으니 그간 참 미련도 많았구나 생각했다. 원룸 5분의 1 정도에 준하는 물건을 모두 비웠다. 아쉬운 건 잠시였고 맑은 정신은 꽤 오래갔다.
그럼에도 미니멀리즘을 주장할 수 있는 삶은 근처에도 못 갔다. 앞으로도 확신이 없다. 본받고 싶은 정신이자,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금방 휘발되어버리는 가치관. 사소한 것의 쓰임도 신중히 받아들이고, 단순한 요소로 삶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다가도. 쏟아져 나오는 오늘 내일의 업무와 바삐 돌아가는 대화. 그렇게 필요한 것을 손에 잡히는 대로 써버린다. 부족함은 더 큰 시간적 낭비로 돌아온다는 암묵적 시그널이 오가는 현대사회에서 하나의 물건이, 하나의 정신이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키기란 참 힘들다.
의식적으로 비워보려 노력한다. 어떻게든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와 함께 소파에 앉아 방을 한 번 둘러보고, 어제와 뭐가 달라졌을까. 내일도 이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몸도 마음도 시간도 공간도 사람도 물건도. 텅 빈 공허함은 어찌 보면 평화로움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여백의 미란 여백 자체가 아름다운게 아니라, 그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아름다움 아닐까. 가시적인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유통기한이 더 짧은 것 같다. 알아차리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는 가치. 그렇게 놓쳐버리지 않도록 꼭 붙잡아야 하는 여유로움.
삼년만에 다시 본 넷플릭스 미니멀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