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이 있다. 그래봤자 일주일에 한 번씩 마주하게 되는 꽤나 친근한 아이일 텐데, 여전히 숨이 턱 막히고 괜한 걱정과 탄식을 늘어놓게 되는 존재. 씁쓸히 사라져버린 개그콘서트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일요일 저녁 반갑고도 암울한 개그콘서트 엔딩 밴드 음악이 나올 때의 기분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당시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중고등학생까지였는데, 그렇게 주말이 쏙 사라져버리고 내일을 맞이해야 하는 드럼 소리에 죽어도 침대 속으로 들어가기가 싫더라. 월요일 등굣길엔 당시 가늠할 수 없는 출근길 직장인의 어두운 표정에 괜한 동질감을 느끼며 한걸음 한 걸음을 뗐고 눈 떠보면 금요일 밤이었으면 좋겠다-를 반복했다.
직장인이 된 지금 달라진 건 없다. 월요일 출근길,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한 주에 대한 새로운 다짐도 섞여 있고 걱정도 섞여 있는데. 주로 두려운 무언가를 맞이한다는 느낌이라기보단, 또다시 한 주를 시작해 내야 한다는 부담감인 것 같다. 시간 참 빠르다. 벌써 다음 주 월요일이 걱정되기까지 한다. 월요일이 이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인가. 숫자 1보다도, 1월 1일보다도. 새롭다는 단어보다도, 긴장이라는 단어보다도, 그냥 월요일이라는 그 말이 주는 힘이 이 정도로 위대한가. 카페인 소비가 가장 많은 날이기도 할까? 어김없이 나는 눈을 떠서 기지개를 켜기 이전에 이미 커피를 내린다. 입을 헹구고 물을 한두 모금 마시고, 커피를 들이킨다. 카페인을 몸에 때려 넣고 한참 샤워하다 보면 잠에서 깬 건지, 현실 자각인 건지 그제야 눈이 떠진다.
목적지는 달라도 적어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빼곡히 지하철에 포개어 타면 평균적인 시작인 거고, 운 좋게 앉아 밖을 볼 수 있다면 그나마 여유로운 시작이다. 맑은 하늘이라도 보고 싶은데 서울 하늘은 왜 이렇게 탁한 건지. 맑은 세상이 오기나 할까?라는 생각과 이 와중에 뉴스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약간의 존경심과, 주식차트에 찌푸러진 표정의 사람들을 보면 또 다른 반가움이 생기기도 한다. 에어팟 너머로 반대편 지하철과 교차하는 소리가 들릴 때면 대교를 지나는 시간. 한강 참 넓다. 푸르진 않지만 적어도 잠시 숨통이 트인다. 출근하면 무얼 하지. 당연히 해야할 일이 있는데, 그전에 무얼 하지. 나만의 월요의식 같은 걸 작게라도 치르지 않으면 한 주가 시작될 수 없는 삶…이라고 쓰지만 아껴둔 간식을 먹는 것 정도로 유치하게 보내곤 한다.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은 쳇바퀴 처럼 반복되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매일이 새롭고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덕분에 그 안에서의 즐거움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한 주를 또 맞이해야 한다는 게 벌써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한걸음 한 걸음을 떼야 하는 오늘의 하루. 좋아하는 노래를 듣자. 탁하긴 하지만 더워 미칠 여름이 오기 전 잠시라도 시원한 이 공기를 조금이라도 더 쐬고 걷자.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손끝 발끝을 크게 펼쳐 보고, 수분 보충을 하자. 어떻게든 오늘은 가고 내일은 오니까. 다들 오늘을 또 살아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