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전 시즌을 보고. 스포X
(오징어게임 전 시즌을 보고 통괄한 주제와 생각.
스포와 내용 분석이 아닙니다)
인생에서 가장 바닥이라고 생각한 순간. 초대장을 받는다면 게임에 임하실 건가요? 게임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대부분 금전적 문제, 혹은 그로부터 파생된 환경으로 이대로 남은 삶을 사는 게 의미 없다고 느껴질 만큼 암울함을 넘어 희망 없는 하루를 겨우 붙잡던 인물들로 묘사된다. 그토록 잔인하고 극단적인 게임이 펼쳐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겠지만 말 그대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초대장을 받았을 사람들. 마지막 한줄기 희망 같은 것, 인생이 뒤바뀔 수 있는 꿈같은 것, 죄책감에서 나와 마음의 빚조차 갚을 수 있는 기회 같은 것.
그렇게 게임장에 도착해 펼쳐진 광경은 단순함이 견고하게 쌓여 커다란 모순을 형성한 곳이다. 정해진 옷을 입고, 정해진 시간에 끼니를 때우고, 정해진 게임을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게임은 어릴적 추억을 회상시킬 만큼 흔하며 단순하다. 하지만 유년기의 게임과 다른 점은 나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것. 목숨을 걸고 이길 때마다 내가 가지고 나갈(수 있는, 그렇지만 단 한 명이라는 것을 쉽게 잊게 되고. 기억해 낸다 한들 그 한 명이 내가 될 거라는 희망만 갖게 되는 환경 속에서) 상금의 금액이 커진다. 수많은 인간 군상이 모여 단순한 목표를 갖고 게임에 임하게 된다.
오징어게임의 잔인함은 탈락될 때마다 총으로 쏘아 죽이는 광경이 아니다. 차라리 내가 저기 들어가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핑크병정에게 총을 맞고 죽는 게 가장 덜 고통스럽고 인간적이라고까지 느껴질 만큼. 탈락의 죽음과 관계없는 잔인함이 매 단계마다 깔려있다.
시즌1,2,3을 통괄해 모든 게임은 개인전과 팀전이 섞여 있다. 초반 마음가짐이 ‘이번 라운드 잘 해서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의 개인전으로 시작한다면 팀전에서는 ‘우리 팀 잘 해서 꼭 통과해봐요’ 가 의미하는, 일단 내가 속한 이 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우리로 구분되지 않은 다른 목숨은 가치 없음, 혹은 그들이 죽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마음가짐의 게임. 더 크게 구분된 단체전에서는 팀과 팀의 대결로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팀 내에서도 타인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가정하에) 최종 우승까지 더 유리해진다’의 모순이 성립한다.
현실로 돌아가면 더 지옥이니까, 여기서 인생에서의 마지막 싸움을 해보자고 덤벼들었다. 나만 잘하면 될 줄 알았다. 이 안에서 감정적으로 엮일 사람은 없을 줄 알았다. 연합과 배신의 결과가 목숨이라는 생각까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수많은 사람은 죽었고 나 역시 죽음의 직전을 경험했으며 심지어 내가 누군가를 배신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상황이라면. 비로소 와닿는 상금의 의미. 상금은 게임을 잘 해낸 포상금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목숨 값이라는 것.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왔는데 매 순간 따라붙는 것. ‘모두 내 탓이야’ 그리고 ‘당신의 탓이 아니야’.
눈앞의 사람들은 사라졌고 나는 텅 빈 눈으로 다음 라운드를 향해 가는 순간, 그리고 그 화면을 바라보는 현실의 나. 한편으로 머릿속에 가진 어떠한 기대감.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잔인함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