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엄마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는 여성에게도 자식에게도 어쩌면 버거운 그 무엇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아낌없이 희생하는 존재, 이기적인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존재, 신이 부재한 곳에 자신 대신 보낸다는 존재 '엄마', 과연 우리가 보아온 엄마는 그렇게 숭고하고 이상적인 존재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각기 다 다를 것이라는 데에 이 신화에 허상의 진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드라마 '마더'(2018)는 일본 드라마 '마더'(2010)의 리메이크작이다. 전체적인 얼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국드라마 '마더'는 이야기의 폭이 더 넓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서사도 좀 더 복잡하다. 일드 '마더'가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복원해 나가는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했다면, 한드 '마더'의 메시지는 상처받은 인간의 회복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보호해야 할 부모가 가해자가 되는 이 아동학대라는 내밀한 고통을 외부의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녀살해 후 자살을, 오래 세월 동반자살이라는 미명으로 불러왔던 것처럼, 부모가 된 인간은 자신에게서 비롯한 생명인 자식을 소유물로 착각하고, 자신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이 허약한 존재의 약점을 잡아 그들에게 자신의 가장 나약하고 추악한 면모를 부끄럼 없이 드러내곤 한다.
학대를 받은 아이는 본능처럼 부모를 사랑할 수밖에 없지만, 극도의 공포와 무력감은 아이의 육체와 정신에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 그리고 대미지는 죽을 때까지 완전히 치유될 수 없다. 당해본적이 없는 사람은 결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멍이 마음 한가운데 생긴다. 때문에 강수진 선생님이 혜나의 죽음을 가장해서 아이를 안고 홀로 탈출한 것은 어른이 된 자신에게 여전히 드리워져 있는 그 고통과 불안이 어떤 것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죽음을 감당하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녀의 진술처럼 혜나에게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안다고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심장을 짓누르는 그 무엇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수진 선생은 혜나를 통해 자신을 구원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혜나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마음먹었을 때 혜나에게 말한 '아이는 엄마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혜나에게, 곧 자신에게도 선택권이 있음을,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가 될 힘이 있음을 말해준 것이었다. 부모와 자식이기에 앞서, 우리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며 모두가 다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엄마라서 그 권리를 박탈시킬 수 없다는 것을 강수진 선생님은 혜나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말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많은 '마더'가 나온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한 체 삶을 건너간다. 불완전하며, 나약하고, 어리석지만 용감한, 주는 사랑보다는 받는 사랑을 더 원하는 그런 마더들이 나온다. 그리고 누군가의 자식이며 또 마더가 된 사람들도 나온다. 어떤 마더가 될 것인지 보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고민하게 한 그런 드라마였다. 그래서 좋은 드라마였다. 그리고 ost도 드라마의 메시지를 담기에 너무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