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기억하는 법_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2악장

고성 바다

by 검은 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동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해변들이 많다. 강릉이나 속초 같은 곳은 이미 옛날부터 많이 알려져 있고, 몇 년 전부터는 서퍼들이 모이는 곳으로 양양도 유명하다. 여름이 아니어도,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강원도의 바닷가를 찾아가곤 한다. 그러다 최근에 가보게 된 곳이 있는데, 그곳은 고성이다. 강원도의 바다는 많이 다녀봤지만, 고성의 바다는 다른 해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묘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검은빛이 도는 바다 빛깔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늘하다는 단어가 어울린다.


동해안 특유의 고운 모래사장과 멀리 보이는 바위, 그 사이를 검푸른 바다가 일렁이며 채우고 난, 그 너머는 지평선과 해면이 맞닿아 있어 하늘이 어디인지 땅이 어디인지 그 경계선이 모호해지면서 눈 대신에 다른 오감이 더 예민해진다. 피부를 세차게 때리는 바람과 웅웅 거리는 바람과 파도 소리, 짠내가 아닌 투명한 공기의 냄새, 고성은 그렇게 방문자들의 오감을 일깨운다.


현실로 돌아오고 나서도 고성의 바다는 자주 생각이 난다. 아마도 그것은 현실에서는 잊고 지냈던 감각들이 고성 바다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감각에는 다시 먼지가 쌓이고 생생했던 기억들은 흐려져 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을 듣는다.


모차르트가 전성기에 작곡한 곡으로 그의 협주곡 중 유일한 아다지오 악장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곡은 그 투명하고 유려한 아름다움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나도 아마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 곡을 처음 들었을 텐데, 드라마나 영화는 기억이 나지 않고, 고성의 바다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생생하게 떠올려진다.


18세기에 짧게 살다 간 천재 음악가가 남긴 음악이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의 군사 분계선 가까이에 위치해, 오랫동안 잊혔던 바다를 떠올리게 할 거라는 것은 작곡자인 모차르트도 전혀 예견하지는 못했겠지만, 이 아름다운 음악이 있어 고성의 바다는 더욱 아름답게 기억되고, 더욱 선명하게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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