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ist_너와 나를 놓아 주자.

최백호의 바다 끝

by 검은 산

최백호의 ‘바다 끝’을 들었을 때,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악을 듣고 또 들으며, 가사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며 눈을 감으면, 검푸른 바다의 일렁거림과 그 위에서 빛나는 햇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편으로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두 주인공이 해변가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생각나게도 했다. 닥쳐올 미래를 알지 못한 채 서로에게 빠져들어가는 순간을, 예정된 끝을 알았더라도 서로에 대한 이끌림을 거부할 수 없었을 그 순간이 생각났다.


이 노래는 그렇게 운명을 바꾸는 사랑을 해보았던 사람이라면, 그 사랑에 최선에 다했던 사람이라면, 이루지지 못해 깊은 슬픔을 느꼈을지언정, 결코 후회하지 않을 그 사랑을 어떻게 보내줘야 하는 가에 대한 마음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사랑을 포함한, 살면서 맺은 인연에서 비롯되는 모든 감정과 그 감정을 담은 기억들을 놓아줘야 할 때가 왔을 때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가를 노래했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그것을 비록 실패라고 불러야 할지언정, 그 목표를 위해 기꺼이 쏟았던 노력을 인정해주는 것. 마침표를 찍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것, 그 과정에서 비롯되는 모든 마음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질 수 없는 것을 내려놓고 끊임없이 가벼워 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슬픔이 바람에 흩어져 날아갈 수 있도록 가볍게 만들어 가는 것이 낡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뜨거웠던 내 마음을, 까마득한 바다에 그 끝에 두고 오자, 물결처럼 일렁이며 춤추던 마음을 그 마음이 빚어낸 아름다웠던 추억을 놓아주자. 놓아주자. 놓아주자. 되뇌는 가사는 과거를 위로하고, 지금에는 용기를 주는 주문이 된다.


먼 아주 멀리 있는 저 바다 끝보다 까마득한 그곳에 태양처럼 뜨겁던 내 사랑을 두고 오자.

푸른 바람만 부는 만남도 이별도 이별도 의미 없는 그곳에 구름처럼 무심한 네 남을 놓아주자.

아름다웠던 나의 모든 노을빛 추억들이 저 바다에 잠겨 어두워지면 난 우리를 몰라.

짙은 어둠만 남은 시작도 그 끝도 알 수 없는 그곳에서 물결처럼 춤추던 너와 나를 놓아 주자.

아름다웠던 나의 모든 노을빛 추억들이 저 바람에 날려 흐트러지면 나 우리를 오

아름다웠던 나의 모든 노을빛 추억들이 저 바다에 잠겨 어두워지면 난 우리를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