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호떡

송구영신

by 검은 산

겨울이 오면, 여러모로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시간만 보냈다는 후회 속에 착잡한 심정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살았지만 손에 만져지는 결과물이 없어 헛헛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추위로 몸이 떨리는 것을 외로움으로 잘못 해석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자 마음이 바쁜 사람도 있고, 주말과 주중을 약속으로 채워놓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헛헛한 마음,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는 것에는 사람을 만나고, 내년 다이어리를 사서 플랜을 짜는 방법도 있지만, 그 계절에 더욱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군고구마, 붕어빵, 군밤 그리고 호떡 같은……


예전에는 날씨가 조금 추워졌다고 느끼면, 어느새 호떡을 파는 포장마차들이 길가에 심심치 않게 생겨났다. 기름을 잔뜩 두른 철판이 뜨거워지면, 주인장은 미리 준비해 둔 촉촉하고 쫀득한 밀가루 반죽을 떼어내어 이리저리 굴려 1인 분의 덩어리를 가늠한 다음, 봉긋한 반죽 제일 위를 눌러 분화구 같은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설탕 등으로 만든 속을 집어넣은 뒤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반죽을 덮는다. 그리고는 하얗고 동글동글한 덩어리를 기름 가득한 철판 위에 떨구고, 손바닥만 한 누르게로 누르면 금세 납작한 호떡 모양이 만들어진다. 지글지글 소리가 나고, 노릇노릇을 지나 살짝 탄듯하게 구워지면, 설탕은 어느새 거무스름하고 진득한 액체가 되어 노릇하게 익은 반죽 바깥에서도 보이게 된다. 이 잘 익은 호떡을 두께의 종이로 감싸거나, 종이컵에 넣어 건네받으면, 그다음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호떡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지만, 그 맛을 온전히 다 맛보려면 입천장이 까지는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조심을 해도 호떡 안에 설탕을 흘려 외투에 묻히고 만다. 그럴 때마다 ‘이놈에 호떡 다시는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겨울만 되면 호떡이 생각난다. 세월이 흘러, 내가 변하듯 호떡의 모양도 맛도 조금씩 변하지만 겨울엔 늘 호떡이 있다.


양력으로는 1월 1일이 되면 무조건 새해가 된지만, 음력으로는 겨울이 지나고 나야만 새해가 된다. 호떡도 동장군이 물러가기 전까지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그 달콤하고 뜨거운 맛을 벗 삼아 겨울을 잘 보내고 나면, 또 한해를 맞이하게 된다. 무언가 거대한 것을 이루지 않아도, 곁에 꼬옥 안아줄 연인이 없다고 해도, 호떡은 늘 그렇게 달고 뜨겁게 위로를 보낸다. 친구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지금 여기 살아 있으면 된다고, 하루하루를 살아내서 지금 여기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은 후회와 자책은 잊고, 남과 밑도 끝도 없는 비교는 그만두고, 뜨거운 호떡을 하나 사서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