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_바람이 분다.
옛날부터 바람에는 신神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전후와 좌우, 위와 아래, 안과 밖, 그리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마저도 넘나드는, 형체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바람을 사람들은 신성하게 생각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바람을 신성시하고 숭배하는 문화는 사라졌지만, 이소라의 <바람의 분다>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 그 흔적을 발견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노래에는, 사랑을 떠나보내며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들이 눈에 보이는 거리의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어제와 같은 거리인데도 더 이상 어제와 같지 않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달라졌을 뿐이다. 인지마저도 리셋시키는 상실 앞에, 바람이 불어오면 이것이 현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실은 한편으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알게 해주기도 한다. 나를 죽일 수 없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던가?!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고통을 마주할 결심을 한 사람은 주저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상실이 가져온 변화를 수용하고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바람은 지표면 온도의 변화로 기압의 차이가 생겨 공기가 움직이기 때문에 불게 된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과학적인 사실은 몰랐지만, 바람이라는 존재가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자연의 법칙을 신의 섭리로 이해했던 사람들에게 바람은 그렇게 신성을 얻어 되었을 것이다.
<바람이 분다>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일렁인다. 그것은 아마도 누구에게나 상실의 경험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통 속에 아직 갇혀있거나, 한걸음 걸어 나왔으나 아직 상흔이 생생하다 해도, 바람이 불어오면 시간도 흐른다는 것을 기억하자.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해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